‘비이재명 단일화’ 수면 위로…친명계 “한심한 행태”
2022-07-22 김두수 기자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누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하든 본선에서 단일화하기로 미리 약속해두자는 공식 제안이 나오면서 전당대회 판이 술렁이고 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고문을 제외한 7명 후보끼리 ‘본선 단일화 공동선언’을 하자고 했다. 그는 “누가 본선에 진출해도 1명의 후보로 단일화하고 단일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 고문을 일찌감치 ‘공공의 적’으로 못 박고 세를 규합하자는 것으로 ‘반명’(반 이재명) 전선을 선명하게 형성해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컷오프를 일주일 앞두고 나온 사전 결의 제안에 나머지 후보들은 동상이몽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강도는 물론 단일화 시점을 두고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당장 97그룹 주자 4인방인 강병원·강훈식·박주민·박용진 의원 내부에서 조차 온도차가 드러났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재선의원 모임 주최 토론회에서 “단일화가 논의되려면 가치나 당의 혁신 방향 등에 있어서 접점이 있어야 한다”며 ‘비이재명 단일화’에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강훈식 의원은 “특별한 제안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후보들의 비전을 이야기할 시간이다. 단일화 시점은 컷오프 이후가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했다.
86그룹 대표 주자인 김민석 의원도 “제안의 구체적 내용부터 확인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저도 강병원 의원과 같은 생각이다. 지금부터 스크럼을 짜자. 이재명 고문은 우리 당의 혁신 주체가 아니라 쇄신 대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낙연계 주자인 설훈 의원 역시 “이재명을 제외한 후보들끼리 컷오프 전에라도 단일화 약속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자들 간 이견에 ‘단일화 약속’ 공동선언은 사실상 현실화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이재명계 일각에선 단일화 논의 물꼬를 빨리 틔운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본선도 아니고 컷오프 전부터 단일화를 약속하자는 것은 애당초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강병원 의원도 몰랐을 리 없다. 다만 이재명 대 반이재명이라는 대립 구도를 더 뚜렷하게 해서 표를 결집하는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고문 측은 공식 대응은 삼갔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재명계 한 관계자는 “대선도 지방선거도 아니고 당내 선거에서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건 20년 넘게 정치하면서 본 적이 없다. 행태가 참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