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삼강봉(三江峰)에서 간절(艮絶) 호미(虎尾)를 보자
울산에 낙동(洛東)·태화(太和)·형산(兄山)의 삼강(三江)을 이어주는 삼강봉(三江峰)이 있다. 영남알프스에 가려서인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역사적·지리적 함의(含意)는 가지·신불에 못지않은 명산이다.
울주 두서와 상북의 경계에 낙동정맥이 달리고 그 해발 약 900m에 백운산이 있다. 거기서 정맥을 따라 북으로 가다보면 포항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호미지맥의 분기점에 845m의 삼강봉이 있다. 주변 사람들은 삼강산이라고도 부른다.
이 삼강봉 낙동정맥의 북쪽은 옛 신라의 중악(中嶽) 단석산이다. 결기 찬 김유신이 단석산에서 정맥 능선을 따라 이 삼강·백운산에 이르기까지 수련을 했다고 한다.
하늘에서 비가 삼강봉에 떨어지면 세 방향으로 갈라져 흐른다. 하나는 남동의 울산 쪽으로 가서 태화강이 되고 하나는 동북의 경주·포항 쪽으로 흘러 형산강에, 또 하나는 서북쪽 산내·밀양 방향으로 흘러 낙동강에 이르게 된다.
강들의 발원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다만 태화강 발원지는 가지산 쌀 바위가 아니라 삼강봉 아래인 것이 확실하나, 삼강봉이 형산강 발원지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낙동강에는 지류로 합류한다는 이야기다.
하늘에서 한 몸으로 내려와 한 봉우리에서 헤어진 빗방울 형제, 그 둘 중 하나는 태화강 백리를 흘러 울산만에 이르고 다른 하나는 형산강 백오십리를 달려 영일만에 이르니 이들은 동해바다에서 다시 한 몸으로 만나는 것이다.
태화강 그 이름은 신라 대국통 자장이 현재의 중구 태화동에 세웠던 태화사와 태화루에서 비롯되었다. 태화는 자장이 당나라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길에 문수보살과 황룡사 9층탑 건립을 제안한 용신(龍神)을 만났다는 태화지(太和池)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이다.
동북의 형산강은 서라벌을 감아 흐르다가 용이 물길을 열어준 깊은 하구를 지나 바다에 이른다. 그 지역이 원래 산으로 막혀 있었으나 신라 말 왕태자가 용이 되어 산을 뚫어 형산(兄山)과 제산(弟山)으로 나뉘었고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삼강봉에서 동남북으로 이별했다가 울산과 경주·포항을 거쳐 동해에서 상봉하는 두 강이 다 이처럼 용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들이 다다른 동해에도 용들이 물결치고 있다. 경주 동남쪽 문무대왕릉은 위대한 문무의 화신 해룡이 동해바다를 지키며, 울산 동구의 울기(蔚崎) 등대 곁에도 문무왕의 왕비가 용이 되어 바다를 지키는 대왕암이 있다.
대왕암에서 울산만을 지나 남으로 내려가면 동남해 돌출한 간절곶(艮絶串)이 있고 문무대왕릉에서 북으로 올라가면 구룡이 승천했다는 구룡포와 동해로 돌출한 호미곶(虎尾串)에 이른다. 간절곶과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이다. 간절곶은 겨울철에, 호미곶은 여름철에 가장 일찍 뜬다. 새해 일출은 간절곶이 더 빠르다.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 즉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고 했다.
하늘에서 하나로 삼강봉에 하강하여 흩어진 빗물들이 용의 이야기 들리는 강들을 거쳐 용들이 사는 동해에서 다시 하나 되어 파도치며 한반도에서 맨 먼저 아침 해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삼강봉에서 간절, 문무, 호미를 바라보자. 형산강지구대 너머 동해에 솟는 해가 보일 것이다. 산에서 헤어진 빗물 형제처럼 원래 하나였다가 각자의 강으로 살아온 울산, 경주, 포항이다. 이제 같은 삼강산 물을 마시는 동해 세 도시도 바다에서 다시 하나 될 때가 되었다. 근자에 해오름 동맹이 강조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아메리카 동부 선샤인 벨트(sunshine belt) 아니더라도 한반도 ‘해 뜨는 마을 연합’은 도시간의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역사적, 지리적 의미가 있다.
전충렬 전 울산부시장·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