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돈벌이에 눈먼 LH, 야음지구 개발 강행 막아야
야음지구는 국토부가 지난 2020년 7월1일 야음근린공원이 일몰제로 해제되자 민간임대주택 공급지구로 지정했고, LH는 이 부지에 4300여 가구의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후 개발과 존치를 놓고 환경단체와 주민 등 사이에 갈등이 확산되고, 지역 정치권까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자, 울산시에서 뒤늦게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하고, LH에서도 지역사회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당초계획 보다 600여 가구를 줄여 추진하겠다는 꼼수까지 부린 바가 있다.
게다가 민선7기 울산시 정부는 LH가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지구지정 등 중요한 행정절차를 진행해 오는 동안 공론화는커녕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에 조차 공식적인 설명조차 없이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석유화학단지의 공해를 차단하는 완충녹지역할을 톡톡히 해 오고 있는 야음근린공원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이런 중차대한 사업을 시민들에게 설명 한번 없이 강행한다는 발상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야음근린공원 개발계획이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자 울산시는 그제서야 공론화과정(민관협의회)을 거치고 야음근린공원에 수소타운도 구축한다는 어설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돈벌이에 눈이 먼 LH가 울산시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를 모를 리가 없다. LH는 최근 울산시가 야음지구 민관협의회가 제시한 조건부 개발안(야음지구 일원에 대규모 구릉지와 생태터널 등이 포함된 상생의 숲 조성)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당초 LH가 계획한 대로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땅장사로 전락한 LH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LH가 조성한 반쪽자리 울산혁신도시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조성 당시 심각한 설계 잘못으로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내습시 태화시장이 물바다가 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힌 전력도 있다.
LH의 이런 막무가내식 개발행위는 이 것 뿐만이 아니다. LH는 울산 도심지내 개발하기 좋은 노른자위 땅만 골라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하고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다. 그야말로 꿩먹고 알도 먹는 횡재를 하고 있는데도 울산시가 든든한 보증을 서 주고 있는 셈이다.
민선8기는 민선7기의 이런 아마추어 행정을 반복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 LH를 더 이상 사업파트너로 인정해서도 안될 것이다.
수십년동안 공해차단녹지역할을 하는 야음근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남구에 있는 남산공원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만약에 울산대공원 부지에 현재와 같은 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아파트를 지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야음근린공원도 남산과 울산대공원 같이 도심 내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시민들의 소중한 공원이다. 민선8기는 지난 민선7기의 아마추어 행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야음근린공원 개발문제가 울산시정의 최대 현안임을 인식하고, 정치권과도 공조하여 국토부를 설득하는 한편 LH가 더 이상 울산시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야음근린공원이 시민공원으로 존치하기 어려운 이유가 공원 내 사유지 매입에 따른 예산문제가 걸림돌이라면, 시민들과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울산대공원도 SK가 1000억원의 통큰 기부로 조성되었다. 야음근린공원도 기업은 물론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도 있을 것이다.
고호근 전 울산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