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韓 산업계 ‘긴장’
2022-07-29 이형중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국 현지의 경기침체를 유발해 국내 수출 상품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지급하는 리스료 등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산업계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전날(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지난달에 이어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대폭의 금리 인상에 대해 최근 4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지에서는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최대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흔들릴 경우 이미 둔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수출에는 추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주력 산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산업계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조선업계도 금리 인상에 따른 현지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자동차 할부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현지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그 결과 미국 등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2년 반 만에 역전되면서 국내 자금 유출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게 되면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지급해야 하는 국내 항공업체들은 이전보다 더 큰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을 지게 된다.
고환율로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되면서 최근의 국제선 여객수 증가세도 주춤해질 수 있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달러 표기 채권을 발행하는 정유업계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2.25~2.50%)가 한국(2.25%)보다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곧 국내 기준금리도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대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많이 늘어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은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이 34.1%에 달했다는 최근의 전경련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이자 비용 증가는 한국 산업 구조에 추가적인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계도 금리 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국내 산업계가 받는 충격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