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

2022-08-01     경상일보

양자(量子, Quantum)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량의 에너지 단위를 일컫는다. 이에 따라 물리학에서는 양자를 독립체 최소단위 개념으로 사용한다.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현재의 일반적인 컴퓨팅이 0이나 1중의 하나를 비트(bit)라는 정보단위로 인식해서 연산하는데, 예를 들어 2bit면 00, 01, 10, 11 중 한 가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양자 컴퓨팅에서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상태의 비트(큐비트, qubit)로 연산하며, 2큐비트면 00, 01, 10, 11 4가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게 된다.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중첩 개념을 활용해 연산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향상한 컴퓨팅으로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더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여기서 중첩이란 ‘거듭 겹치거나 포개어짐’이란 뜻으로 비트의 두 가지 현상(0과 1)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양자역학의 기본원리로 ‘양자 얽힘’이라고도 하는데, 두 입자가 항상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가정할 때, 측정 전까지 두 입자의 상태를 알 수 없지만 한 입자를 측정 또는 관측한 순간 그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며 마치 그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된 것처럼 다른 입자 상태를 결정하게 되는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큐비트의 수가 증가하면 양자 컴퓨팅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아직 양자컴퓨터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에 대해 직접 비교한 데이터가 많지는 않지만, 구글에서 2019년에 53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IBM의 슈퍼컴퓨터로 이틀 반이 걸려 계산한 문제를 3분20초 만에 계산을 해내며, 약 1000배 수준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양자컴퓨터는 특히 최적화, 시뮬레이션 및 복잡계 문제해결에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고, 향후 양자컴퓨터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오류율을 개선하면 더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어 유용성이 크게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에서는 2026년까지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단순히 정보처리 속도 관점에서 계산하면 2의 50승이 되니 한꺼번에 약 1000조의 연산처리 속도를 갖게 된다. 이 정도 수준이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하게 되는 양자 우월성이 확보되는 수준이다. 이러한 컴퓨팅 스피드는 단순한 속도개선을 넘어 기존에 사용되던 공개키 암호화나 구간암호화통신과 같은 암호화 알고리즘을 푸는 데 걸리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가 하면, 수많은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복잡계 생화학 반응과정을 예측하거나 이에 기반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이 확실한 신약개발 과정의 최적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한 날씨 예측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첨단산업 제조공정의 최적화 및 관리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돼 전방위적으로 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하는 바도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양자컴퓨터가 대중화될 경우 현재 금융보안체계나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을 비롯한 모든 보안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마치 블록체인이 방패(보안)를 추구한다면, 양자 컴퓨팅은 이를 연산해서 뚫을 수 있는 창(槍)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자종말’ 우려 또한 암호키 분산 양자컴퓨팅 기술로 또 다른 방패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기술적 모순은 끝없이 극복되고 있다.

최근까지 성장해온 양자기술은 이제 인공지능, 배터리, 반도체, 신약개발 등 4차산업혁명 필수 분야에서 초고속 성장을 위한 대표적인 혁신기술로 손꼽힌다. 특히, 초고속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팅’, 도감청·해킹 위험성을 원천 차단하는 ‘양자통신’, 초정밀계측을 구현하는 ‘양자센서’와 같은 분야에서 기존 산업·사회질서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파괴적 혁신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