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시조산책(28)]쑥 - 박홍재

2019-10-01     홍영진 기자

가을 색 짙은 들녘 쑥 향이 그윽하다
귀한 줄 모르는지 찾는 이 없는 둑에
무서리 내릴 때까지 보란 듯이 푸르리

 

그는 빈 무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연극도 이미 끝난, 객석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바람 싸늘한 공간에서 왔다갔다한다.

엊그제 같은 지난날 각광받던 존재감, 그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배역 없는 화려한 백수인 현실을 못 믿겠다는 듯 무서리가 둑까지 덮쳐오는데도 새파란 옷차림으로 혹시나 하고 서성거린다.

때가 되면 지는 저녁 꽃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러날 줄 모르고.

김정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