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향사랑기부제, 공정한 기금운용심의위 구성이 관건
지난 2021년 9월28일 국회를 통과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5개월 남았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홍보물을 발행하는 등으로 모금을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자체들의 보이지 않는 모금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담당부서를 신설하거나 전담직원을 두는 등으로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울산시와 구군은 모두 세정부서가 담당하도록 했다. 다소 소극적 대응에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법인이 아닌 개인 누구나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모든 광역·기초지자체에 1년에 500만원 이하의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부자에게는 세금공제 혜택과 함께 답례품을 줄 수 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적잖은 기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악한 지방재정 보완,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균형발전 기여라는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실적을 두고 전국의 지자체가 순위경쟁을 펼치는 것도 문제지만, 울산지역 내 지자체간에도 과도한 경쟁으로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혈연·학연·지연을 공공연히 강조하게 되므로 정치와 사회 발전의 퇴행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공동모금회와 복지재단 등의 모금이 줄어들어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이 배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답례품 선정에서 비리 발생의 소지도 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답례품 선호도는 고향 쌀을 제외한 지역 농산물(33.8%), 지역 공공시설 이용권(17.5%), 지역 축산품(10.5%), 지역 쌀(9.8%), 지역 수산물(6.6%) 순으로 나타났다. 답례품의 공정한 선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부금의 관리와 배분의 투명성이다. 기부금이 자칫 단체장의 득표를 위한 선심행정에 소비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기부자들의 선의가 고향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사용처 개발이 중요하다. 애초에 장학사업이나 문화복지시설 건립 및 프로그램 운여, 청년창업 지원 등 확고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기부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체장의 입김을 배제한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공정한 구성에 고향사랑기부금제도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시와 구·군은 적극적인 준비로 크게 성과를 올려 실질적인 지방재정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