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학연령 하향 조정, 밀어붙일 일 아니다

2022-08-02     경상일보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학제개편안의 내용도 문제지만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개편안을 내던지듯이 발표한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학제 개편은 이미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온 사안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당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는 학제개편을 기세좋게 추진했으나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그만큼 한번 정해진 학제는 바꾸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과 문제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40개 단체는 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입학연령 하향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도교육청과 교원,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각도로 방안들을 검토하고 나서 발표해야 하는 사안을 급작스럽게 내놓고 나서 “아직 검토 중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하는 것 자체가 선후 관계가 바뀐,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단체들의 지적은 백번 지당하다. 아이들의 장래와 국가의 백년 대계가 달린 학제개편안을 이렇게 졸속으로 내놓은 것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고 중·고교와 대학 입학·졸업 연령도 1년씩 앞당겨 조기에 사회로 진출시키는 학제개편 방안”을 보고한데 이어 사전 브리핑에서 “합의된다면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시행하는 정책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같은 시나리오는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학제개편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도시행의 시점까지 못박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이 민감해하는 교육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혹 정부가 현 상태의 개편안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면 더욱 큰 반발을 불러와 종국에는 교육정책의 기반을 흔들게 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나가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일을 거꾸로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