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행자 또는 차량과 겸용 자전거도로, 위험천만하다
울산에서도 자전거 도로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율성은 높지 않은 도로가 많다. 울산지역에 조성돼 있는 자전거도로는 현재 760㎞에 이른다. 부산·광주에 이은 전국 하위권이지만 확충 속도는 매우 빠르다. 2009년 213㎞에 비해 3.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자전거도로 연장은 1만1387㎞에서 2만3850㎞로 2.1배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체감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자전거도로 확충이 주로 출퇴근 등의 생활용으로 활용되는 도심구간이 아니라 여가레저용으로 이용되는 변두리와 산지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고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는 것은 건강증진의 목적도 있지만 차량이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것에 더 큰 목적이 있다. 그 때문에 도심 구간에 자전거도로 확보가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울산지역 도심의 찻길이나 인도는 노폭이 좁아서 자전거도로 확보가 어렵다. 억지로 자전거도로 확보율을 높이려고 도심 구간에 전용도로가 아닌 겸용도로 등 효용성이 높지 않은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법적도로는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우선도로, 자전거전용차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등으로 나눈다. 자전거전용도로는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분리대나 경계석 등의 시설물로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여 설치한 도로를 말한다.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와 차량에게도 가장 안전한 도로이지만 기존 도로사정상 확보가 쉽지 않다. 자전거우선도로는 차량의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 노면표시로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해놓은 도로를 말한다. 자전거가 우선해서 다닐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차량이 나타날 위험성이 상존한다. 자전거전용차로는 찻길의 일정부분을 자전거만 통행하도록 구분해놓은 도로를 말한다. 찻길의 일부를 빌려쓰는 것이므로 왕왕 주정차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어 마음대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인데 보행자가 통행하는 인도에 경계석이나 블럭색깔로 구분해 절반을 자전거에 내주도록 해놓은 도로인데 원래 폭이 좁은 도로를 형식적으로 둘로 나누어놓은 경우가 많아 보행자에게 위험성이 크다.
자전거는 차에 비해서는 약자이고, 보행자에 비해 강자라 할 수 있다. 전용도로가 아닌 겸용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게 되면 자전거 운전자나 보행자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공연히 자전거도로 확보율을 늘리기 위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겸용도로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