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車 강판가격 인상 예고

2022-08-10     석현주 기자
하ㄷ반기 들어 철강 원재료와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가 일제히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조선업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제품 가격 인상이 크지 않았던 만큼, 이번엔 자동차 업계가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밝혀 양측이 원만한 조정안을 도출해 낼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하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자동차사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김원배 현대제철 열연·냉연사업부장도 “상반기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철강업계가 한목소리로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리자고 나선 이유는 다른 철강재보다 비교적 인상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상반기 t당 5만원을 올리며 4년 만에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하반기에 t당 12만원, 올해 상반기에 t당 15만원가량 올렸다. 총인상률은 약 30%다. 반면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t당 70만원가량 올렸다. 2020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105%가량 뛰었다.

이 같은 인상폭을 고려할 때 자동차 강판 가격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게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유연탄(원료탄) 가격이 정점을 찍을 때에도 상대적으로 자동차 강판 인상 폭은 크지 않았다. 최근들어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하락했지만, 생산 단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3개월의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가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앞두고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하반기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수요 부진 우려로 인해 원재료 가격과 철강 제품가격이 하락하면서 당장 3분기부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자 포스코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으로 철강 분야 및 수요 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친환경차 판매 확대로 고급강재 확보도 필요한데 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추가 강판 가격 인상을 하반기 주요 영업 리스크에 반영한 분위기다. 자동차 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 적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원가 부담 증가가 전망된다”고 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