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뇌관이 될 ‘마을안길’ 문제, 해법 없나]“내 땅으로 왜 다녀” 통행로 막기도

2022-08-16     차형석 기자

울산 울주지역을 중심으로 비법정 현황도로인 ‘마을안길’과 관련한 주민과 지자체, 또 주민들간 갈등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마을안길에 포함된 사유지 보상 문제와 도로 통행을 둘러싼 주민들간 마찰, 또 도로 개설 및 폐쇄 요구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갈등을 중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문제화 되고 있는 ‘마을안길’ 문제에 대한 실정과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물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도로 포함된 사유지 재산권 행사로 주민간 갈등

15일 찾은 울주군 웅촌면 곡천리 서중마을. 마을회관을 지나 곡천검단로를 따라 골목길을 계속 가다보니 길이 갈라지는 곳, 잡풀이 무성한 땅에 큰 팻말이 세워져 있다. 팻말에는 “이 부지는 건축법상 도로가 아님. 울산시 행정심판 재결로 사유지임을 확정받았습니다. 2022년 8월15일 이후 사유지 통행이 불가함을 알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팻말 옆에는 담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시멘트 블록과 플라스틱 보호벽 등이 쌓여져 있다.

바로 앞 아스팔트 도로에는 경계 측량 표시된 두 개의 지점에 붉은색으로 줄이 길게 그어져 있고, 파란색 페인트로 ‘사유지 금지’라는 글이 적혀있다. 지주 땅에서 도로 방향의 CCTV도 여러대 설치돼 있다. 이곳이 도로 통행을 놓고 주민들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민 최계순(여·85)씨는 “땅 주인이 3년전부터 도로에 이런 식으로 선을 그어놓고, 심지어 차량이 지나갈 때 못가게 막는 경우도 있었다”며 “마을 이장에게도 여러 차례 얘기를 했는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곳은 지난 2019년 중반부터 ‘마을안길’에 포함된 사유지의 통행 문제를 놓고 주민들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곳이다. 최씨 등 총 4가구의 주민들은 도시관리계획상 도시계획도로로 돼 있는 이곳에 도로개설을 요구했으나, 사유지가 포함돼 있는 지주의 반대로 계획도로가 폐쇄됐다. 이후 주민들이 시민신문고위와 국민권익위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울주군이 건축법에 의거해 올해 2월25일 도로(길이 60m, 폭 2~5m)로 지정을 했다.


◇군 363개 마을서 27만㎡ 사유지 도로 포함 추산

하지만 지주가 반발, 행정심판을 신청해 인용결정을 받아내면서 해당 사유지(80㎡)는 도로 지정이 취소돼 현재는 차량 통행도 불가한 상황이다. 최씨 등은 이에 군과 시민신문고위 등에 민원 제기와 함께 지주 상대로 법적 소송도 벌이고 있다.

군에는 이와 같은 마을안길에 일부 포함된 사유지로 인한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삼동면 작동리의 김모(여·60대)씨는 자신의 땅 2필지(595㎡) 중 일부(52㎡)가 인근 도로에 편입돼 있는 사실을 얼마 전 울주지적공사에서 실시한 경계복원측량을 통해 알게 됐고, 이후 울주군에 ‘토지 매수 청구 및 사용료 청구’ 공문을 접수했다.

하지만 군은 “해당 도로가 법정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매수 및 사용료 지급이 불가하다”고 회신했고, 그러자 지주 측은 반발, 시민신문고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법적 소송을 준비중이다.

앞서 올해 2월에도 두서면 구량리에서 마을안길 중 도로에 편입된 토지 일부에 대해 지주와 군이 매수 보상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당시 시민신문고위가 매수 보상할 것을 시정 권고하기도 했으나, 법적 강제 수단이 아니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산읍 덕동마을과 서생면 진하마을 등 마을안길 관련 민원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군이 지난해부터 관내 15가구 이내 소규모 자연부락을 대상으로 마을안길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363개 마을에서 26만9000㎡ 상당의 사유지가 마을안길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