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보행자 보호, 단속만으론 부족
지난 7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교차로 우회전 시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됐지만,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 등 사후조치에 앞서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보행 중 교통사고 유형 분석 결과 사망 보행자 수는 212명, 부상자 수는 1만3150명이고 도로 횡단 중 사망한 보행자는 126명, 횡단보도 횡단 중 사망한 보행자는 94명이나 됐다.
바뀐 도로교통법 시행 전까지는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비보호 우회전을 적용해 차량 운행을 일시 정지 후 우회전 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이 부과됨에도 보행자 주의나 방해에 위험을 주는 행위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엄격한 법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있는데도 위협적으로 우회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우회전 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해 왔다.
교차로는 본래 차량이 아니라 보행자가 우선이다. 그런데도 운전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사고가 이어지면서 지난 7월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이 본격 시행됐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보행자의 기준이 확대되고, 교차로 통행 시 우회전 통행 방법이 바뀌었다.
전방 차량 신호가 녹색인 경우, 우회전해서 만나는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파란색이고 보행자가 없다면 천천히 우회전 해도 된다. 하지만 보행자가 있다면 무조건 일시 정지한 뒤에 보행자가 다 건넌 다음 우회전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할 때도 멈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 사고가 발생하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번 개정법 시행으로 우회전뿐만 아니라 보행자를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 도로’가 지정·도입됐다. 역시 골자는 ‘보행자 보호’다. 도로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가 이에 해당하는데, 보행자 우선 도로로 지정된 곳에서는 보행자 통행이 우선이다. 보행자 우선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도로 전체를 통행할 수 있다. 운전자에게는 서행과 일시 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가 생겼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9만원의 범칙금과 10점의 벌점이 부과될 수 있다.
강력한 단속 조치가 시행되면서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 자동차 보험료 할증 등은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회전 신호등 도입을 통해 보행자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전자들도 우리 가족이 길을 건넌다는 생각으로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거나 보행자가 많은 도로를 지날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승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