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검경 수장들 이례적 중대재해 합동점검
울산지검장과 울산경찰청장이 이례적으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체 공동 점검에 나서, 울산 검경이 과거 오랜 기간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 ‘화해 무드’로 전환할 지 두 수장 및 기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울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박성주 울산경찰청장과 노정환 울산지검장은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했다. 이들 기관장은 회사로부터 각종 안전 조치 사항을 듣고, 선박 건조 현장을 둘러봤다. 오후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찾아 생산시설을 시찰했다.
이번 점검 계획은 두 기관장 취임한 직후인 지난 6월말 만남에서 즉석 제안됐다. 노 지검장이 울산경찰청을 방문해 박 청장과 면담했을 때 조선·자동차·석유화학 관련 대형사업장과 원전까지 있는 울산 특성상 합동 점검 필요성이 있다는 데 서로 공감했고, 공동 시찰로 이어진 것이다.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공통 책무를 위한 업무이긴 하지만, 두 기관장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울산 검경 ‘화해 분위기’에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울산은 수사권 조정 갈등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모두 겪은 곳으로 검경 사이 감정의 골이 있는 곳이다.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2016년 4월 경찰이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 27t을 압수했지만, 울산지검이 이 가운데 6t만 소각하고 나머지 21t을 유통업자에게 되돌려 주면서 검경이 마찰한 것이다. 당시 동물구호단체가 고래고기를 환부한 검사를 고발해 경찰이 수사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협조 정도를 놓고 검경이 수년간 신경전을 벌였다.
피의사실공표 논란은 2019년 울산지검이 울산경찰청의 ‘기소 전 보도자료 배포’를 피의사실 공표라며 담당 경찰관을 수사한 것이다. 하필 수사 대상이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맡았던 경찰관이어서 일부에선 고래고기 환부 사건의 보복성 조사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피의사실 공표 사건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인 2020년 7월 해당 검사에 대한 무혐의, 해당 경찰관에 대한 기소유예로 각각 일단락됐다.
이후 두 기관이 대립하는 모습이 표출되지는 않았으나 앙금을 털어낼 계기도 없었던 셈인데, 이번에 두 기관장이 중대재해 방지책 점검을 위해 함께 나선 것이다.
수 년간 두 기관이 데면데면했던 분위기를 깨고, 마음을 모은 것은 두 기관장 사이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 울산지검장과 박 울산경찰청장은 경찰대 선후배로 사이로 박 청장이(경찰대 5기)이 한 기수 위이다.
울산경찰청 한 관계자는 “두 분이 함께 시찰을 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그 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두 기관의 관계도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는 31일에는 SK에너지, 새울원자력본부를 함께 방문해 안전 사항을 확인할 예정이다. 차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