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제의 독서공방]식물과 함께 조화로운 삶을

2022-08-22     경상일보

울산에 사는 이동고 작가와 우연히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어두운 옥상 텃밭 사진을 보여주었다. 조막만한 참외 하나가 외줄을 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당시 그는 참외사랑에 빠져 있음이 틀림없었다.

저자는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글·사진 이동고, 학이사)의 서문에서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의지처를 찾지만 자기 삶의 만족과 행복은 누가 대신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래서 그는 계곡과 숲, 혹은 식물원을 찾기 시작했다. 식물은 언제나 에너지가 되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어주더라는 것이다. 그가 포항에 있는 기청산식물원에 근무하면서 식물의 성장과 변화를 더욱 깊이 관찰하고 보살피게 되었는데 그럴수록 식물에게서 한없는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식물을 안다는 것에서 이제는 제대로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자는 이 책을 엮었다. 식물을 자연의 관점으로만 머물지 않고 인간의 역사, 문화, 전설, 효능 등등 여러 인문학적 관점과 작가의 경험에 사유까지 녹여서 기술한 책이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각 챕터마다 많은 지식과 정보가 담겨있다. 1부 식물을 안다는 것, 2부 자연과 닮은 조경문화를 꿈꾸다, 3부 텃밭과 먹거리, 4부 식물의 신비로움, 5부 식물로부터 배우는 인문학. 익숙한 식물에게서 배우는 낯선 이야기, 낯선 식물에게서 풍겨져오는 다정함까지 식물 하나하나를 속속들이 알게 해주고 애정이 가게 만든다. 한편 식물에 얽힌 역사를 들려줌으로 잘못된 역사의식을 꼬집어주기도 한다. 또 잘못된 조경문화에 대해 예리한 눈으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를 거론하거나 옛 현인들의 글을 인용해 식물들을 더 친근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식물들이라고 언제나 제 마음대로 뿌리 내리고 키를 키워온 것만은 아니다. 수억 년간 묵묵히 기후와 환경에 귀 기울이며 세상과 어우러지고 더불어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식물과 더욱 친밀한 관계, 조화로운 삶을 꿈꾸게 되고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