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주’…13년4개월만에 1340원 돌파

2022-08-23     석현주 기자

원·달러 환율이 22일 하루 새 1330원에 이어 1340원까지 연이어 ‘빅 피겨(큰자릿수)’를 깨고 급등했다.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 지연되고,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울산 산업계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군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무려 9.6원 올라 개장하면서 1330원을 넘어선 달러당 1335.5원에 개장했다. 이후 1330원대 후반에서 횡보하던 환율은 오후 1시52분께 1340.2원까지 튀어 오르며 고점을 높였다.

원·달러 환율이 1330원과 13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닥쳤던 2009년 4월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3.9원 오른 달러당 1339.8원에 마감했다.

최근들어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고점을 갈아치움으로 인해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추석이 지난 9월, 늦어도 10월 즈음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가계 이자부담·경기 침체 우려 등을 고려하면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키워 기업의 투자, 가계의 소비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화 가치는 하락했으나, 대외 여건 악화에 수출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은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특히, 수입의존도가 높은 정유, 항공, 석화, 민자발전 등의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울산지역 주력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기업들은 고환율 여파에 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 나프타 수입 가격 상승은 비용 부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역시 원자재 가격의 영향이 커 최종 제품 가격을 온전히 결정하기 어려운 만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원유 가격 하락이 이익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당장의 영업 활동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라면서도 “환율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