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실종 ‘역전세난’ 야기]“급매로 파느니 차라리 전월세”
2022-08-24 석현주 기자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울산 아파트 월세는 988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465건)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전세 물건이 월세로 바뀌는 곳이 늘면, 전세 물건은 감소해야 하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아파트 매매 물건이 전세나 월세 물건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역대급 거래절벽 상황이 벌어지면서 가격까지 하락세를 보이자, 집주인들은 매매시장에서 급매물로 팔기보단 차라리 임대로 돌리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중개업소에 ‘전세’와 ‘월세’ 조건을 따로 해서 각각 임대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전세나 월세 물건이 동시에 증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완화, 주택공급 계획과 불안한 경기 여건 등 아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내 거래 소강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기준 울산 아파트 매매물건은 1만2207건으로 두달전과 비교해 2.5% 감소했다. 반면 전세 매물은 2608건으로 두 달 전보다 8.8%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21건)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물량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 2년을 맞아 보증금을 한 번에 올리는 전세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급등하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금리 인상 여파에 전세대출 이자보다 저렴해진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 수요가 늘어났고, 전세 세입자는 귀한 몸이 됐다.
여기에 더해 집값 하락과 거래절벽 장기화로 매매가 되지 않은 매물도 전세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을 낮춰 급매물로 내놔도 매수 문의가 없다보니, 차라리 전세로 돌려 급한 불이라도 꺼보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남구 신정동 문수로두산위브더제니스(84㎡)의 경우 올해 3월 6억원(23층)으로 전세가격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입주가 시작된 이후 3억1000만원(28층)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들어 다시 가격이 회복되면서 3억원 후반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신정동 일대 기존 아파트 전셋값과 비교하면 저렴한 금액이다.
해당 단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두산위브에 이어 동문디이스트, 에일린의 뜰 등 내년까지 입주를 앞둔 아파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전세물량이 넉넉하고, 세입자 입장에서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