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예술의 ‘헤테로피아’ 울산을 꿈꾸며

2022-08-25     이재명 기자
하루 종일 비가 오다 그친 여름의 늦은 저녁, ‘헤테로토피아’가 열렸다. 헤테로토피아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개념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현실화된 유토피아’일지도 모르는 시간과 공간이자, 2022년 울산문화재단의 창작거점공간 지원 사업에 선정된 프로그램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공업도시 울산을 예술의 도시로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워크숍이다.

먼저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이재민 교수가 ‘도시에서의 예술’을 주제로 강의했다. 집적 경제, 다양한 활용, 좋은 장소, 통합 홍보 등의 요소를 울산에 적용시키는 방법에 대해 예술인들과 예술을 향유하는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이어 예술 활동이 참으로 어려웠던 도시 울산에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생존해 왔으며 시민들은 어떻게 예술을 누려왔던 것인지, 예술가들이 ‘나의 생존 일지’를 발표하며 서로의 이해를 도왔다.

울산에서 예술을 향유하고자 할 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갖는 문제의식은 통합 커뮤니티의 부재로 인한 홍보와 정보에 대한 갈증에서 시작된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본인의 작업을 알리는 작가들은 홍보가 어렵다 하고,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대체 어디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되묻는다. 물론 울산문화재단이나 각 기관별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매력적인 창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금, 통합 관리가 가능한 예술거점 공간이나 플랫폼이 필요한 때이다.

나 역시 사진이라는 예술매체를 선택하고 활동한 시간동안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미숙한 작가의 철학으로 관람객을 설득하지 못할 때의 절망감에 비하면 전시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날짜에 전시장을 빌리지 못하는 것 등은 사소한 실패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예술 활동에 희망이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 ‘아직도’ 나는 예술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버텨볼 것이라는 점이다.

꽤 오래 전 나의 선생님이 야심찬 기획전들을 강행하며 시작했던 작은 갤러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성남동 문화의거리 일대에 위치한 소규모 갤러리나 대안 공간들에서는 예술 축제와 전시들이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새삼 울산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만큼의 성장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의 결과는 아니다. 문화재단이나 울산시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공간의 운영자들 역시 사적인 이익만이 아닌 예술적 가치에 높은 관심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들 역시 울산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며 울산에 예술을 유입시키고 있다.

워크숍은 참여자들이 원하는 예술도시 울산을 직접 디자인해 보는 활동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상상으로 마무리 되었다. 예술의 ‘헤테로토피아 울산’을 꿈꾼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