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오름동맹 연합시를 기다리며
김두겸 울산시장의 광폭행보가 화제다. 그린벨트 해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 등 울산의 현안 해결을 위한 거침없는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거기에 부울경 메가시티보다 울산·경주·포항의 해오름동맹을 우선 추진한다는 정책까지 시민들은 환영일색이다. 울산시가 포항·경주와 결성한 행정협의체 ‘해오름 동맹’을 격상해 가칭 ‘해오름 연합시(市)’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보여 같은 공약을 준비했던 필자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해오름 동맹은 신라 문화권이 있는 울산·포항·경주가 3개 도시 공동 발전을 위해 2016년 결성한 행정협의체다. 지난 25일 실무협의를 가졌고 9월에 상생협의회 정기회를 시작하면 앞길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해오름 연합시는 현재의 행정협의체보다 더 견고한 연대를 가져오고 3개 지자체 결합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울경 특별연합’처럼 특별지방자치단체 수준의 결합까지 갈 수도 있고 또 다른 형태의 결합 방식이 될 지 쉽사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울포경이 더욱 발전적인 연합체로 구축되는 방향으로 3개 지자체가 공동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두 도시가 호응한다는 것도 성공을 예감할만한 관전 포인트이다. 포항의 ‘소재’, 경주의 ‘부품’, 울산의 ‘최종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상호보완적인 산업생태계가 자동차 조선산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울산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때 추진하면 되고 역사적으로 신라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포항·경주와 해오름 동맹을 강화해 경쟁력을 먼저 갖추겠다는 김 시장의 공약은 주도권과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와 정치적 결단이란 점에서 가산점을 줄 만 하다.
울포경은 바다와 육지로 이어져 있고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가까운 이웃’이다. 지금은 많이 퇴색됐지만 고래 고기를 선호하던 음식문화와 기호도 세 도시의 공통분모였다. 그 밖에 언양 한우와 경주 천년한우, 병영 막창과 포항 과메기를 통한 상호 교류도 가능하다. 강동 물회와 포항 물회, 감포 미역과 판지의 천년 미역, 구룡포와 정자의 생선회는 같은 듯 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음식과 식문화 정서가 공통적이면서도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같은 점은 키우고 다른 점은 서로 인정하면 상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산업과 경제발전에 음식으로 우호를 다지며 지역축제 교류와 특산물 홍보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면 세 도시가 공히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세 도시의 정서적 교류와 문화적 결합은 고래가 가장 상징적이다. 울산은 누가 뭐래도 고래의 도시다. 천연기념물인 귀신고래 회유해면이 있고 고래바다여행선이 전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주와 포항에도 고래바다가 있다. 경주시 감포 앞바다는 신라시대 이후 여러 역사책에 경해(鯨海)로 표기하고 있다. 만파식적도 외뿔고래의 뿔이라는 설이 있고 연오랑 세오녀가 고래등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지역이 포항이다. 울산과 경주(감포) 포항 앞바다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고래의 바다’였다. 고래는 세 도시의 공통된 상징이다.
고래는 가족과 행운을 상징한다. 바다의 수호자로 재물을 불러오고 악재를 막아주는 의미도 있다.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 동물로 어미는 새끼 고래가 스스로 호흡하고 수영을 하며 사냥을 할 때까지 기르며 가르친다.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가족의 화목을 상징한다. 고래는 또 조난을 당한 어부의 배를 밀어주어 구조를 하고 동물들 중에 유일하게 장애를 가진 동족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부는 피리소리를 듣고 물위에 떠올라 춤을 출 정도로 사람과 교감을 잘하는 동물이다.
울산의 자동차·조선 산업에 포항의 철강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경주라는 관광벨트가 윤활유 역할을 하는 해오름동맹 연합시! 역사, 문화,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동일권이고 공통점이 많은 해오름동맹. 고래처럼 서로 돕고 보완하면서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것, 우리가 꿈꾸는 미래 도시가 다가온다. ‘울부경’을 넘어 ‘울포경’ 시대가 멀지 않았다.
박대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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