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파월쇼크’ 비상…환율도 1350원 돌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울산 산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고금리 유지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29일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35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로 환율이 치솟음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급등한 원자잿값에 더해 환율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반도체·정유업계, 업황·수익성 악화 우려
울산 주력산업인 정유업계도 바짝긴장하고 있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정유업계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경우 정유사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도입 자금 부담이 대폭 늘어나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지난달 연중 최저 수준까지 급락했고,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하반기 기업공개(IPO) 계획을 지난달 철회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는 환율 상승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자동차 업계는 환율이 상승하면 매출 증가 효과가 있지만, 원자잿값이 덩달아 오른다는 부담도 있다.
영세한 부품업체들이 경영난으로 부품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경우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급격한 환율 변동이 신흥국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고환율이 긍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올해 들어 다운사이클에 진입했는데 세계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메모리 산업 특성상 미국이 추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하반기 업황 악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서버 투자에 보수적으로 돌아서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시설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자금 조달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철강업계, 수출엔 긍정적… 중소기업계는 ‘촉각’
철강업계에서는 수입 비중이 큰 업체의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이 원자재 가격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철강회사는 제품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제품 수출 비중이 40~50% 수준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분과 수출에 따른 수익 증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제철도 수출 비중이 예전과 비교해 커져 환율 헤지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수입이 30% 미만이지만 수출 비중이 30% 이상이어서 역시 영향은 중립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계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통화 긴축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화장품, 식품 등을 외국에 직접 수출하는 중소기업에는 호재가 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외국에서 자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여 와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간접 수출’ 업체의 경우 고환율은 악재다. 수입 단가는 오르지만,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9.1원 오른 달러당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