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교육원 제주분원·독서체험관 효용성 검토 필요하다
울산시의회가 학생교육원 제주분원 건립과 어린이독서체험관 설립에 제동을 걸었다. 울산시교육청이 29일 제출한 ‘2022년도 수시분 울산광역시교육비특별회계 소관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 대한 심사에서 시의회 교육위는 △유곡중학교 급식소 및 검도장 증축 △강북교육지원청 청사 증축 △울산과학고등학교 실험실습동 증축 △가칭 직업교육 복합센터 설립 △서부초등학교 증축 등 5건은 원안 통과시켰으나 어린이독서체험관 설립변경 건과 학생교육원 제주분원 설립안 2건은 삭제하는 것으로 수정가결했다.
이들 두 시설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한 시의원들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강대길 의원은 “어린이독서체험관 설립을 위해 1년여만에 예산을 100%나 증액한 것은 당초 면밀한 계획수립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서체험관의 위치가 북구 동해분교인 것과 관련해서도 천미경 의원이 “울주군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지리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교육원 제주분원과 관련해서는 안대룡 의원이 “교육청이 제시한 제주분원 설치에 대해 82.7%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제한된 설문조사로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학업과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에 대해서는 현장 교사들과 교육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학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원이나 체험시설 등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혹여 일선 학교에서 당장의 학업을 위해 더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시설은 없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만큼 당연히 시급성과 효용성을 따져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독서는 학교와 가정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인데 별도의 체험시설이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이 있다. 혹여 체험시설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근거리에 작은 시설을 많이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갖게 된다. 새로운 시설 마련이 아니라 각 구·군에 흩어져 있는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에 체험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이 더 실속이 있을 수도 있다. 또 교육원 제주분원이 아이들의 수학여행 숙소로 활용되는 시설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방법의 단체관광식 수학여행이 필요한 것인지를 따져볼 일이다. 학생들이 가정에서 여행의 기회를 수시로 갖고 있는 만큼 수학여행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일선학교로부터 시작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일단 시의회가 제동을 걸어 올해 추진을 미룬 만큼 교육청은 시간을 두고 시민 여론을 더 수렴해야 한다. 시의회도 일선 학교의 사정에 대해 더 면밀히 검토해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챙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