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그린벨트’ 지역 백년대계의 주춧돌이 되길

2022-08-30     경상일보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는 의미다. 옛말로 십 년이지,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달라져 있을 만큼 우리 사회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곳, 바로 개발제한구역 이른바 그린벨트(Greenbelt)다.

그린벨트란 도시의 경관을 정비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설정한 녹지대로, 그 안에서는 건축물의 신·증축 등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그린벨트 제도는 본래 영국에서 처음 시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71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이 처음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이후 8차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 전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면적의 땅이 그린벨트에 포함됐다.

처음 도입 당시 그린벨트 지역은 간단한 집 수리조차 힘들 만큼 규제가 엄격했다. 하지만 주민 재산권 보호 및 택지 확보 등을 위해 실효성이 낮은 지역부터 서서히 해제해 지금은 최초 지정 당시보다 면적이 70%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린벨트는 산업화로 인한 도시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도시 발전을 가로막고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그린벨트 현황은 어떠한가? 울산은 지난 1973년 그린벨트 지정이 이뤄졌으며 현재 전체 면적의 약 25%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면적도 면적이지만 그린벨트가 기이한 형태로 도시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그린벨트 지정 이후 울산시와 울주군이 통합돼 울산광역시로 승격되면서 도시 외곽에 있어야 할 그린벨트가 엉뚱하게 도시 중심부에 자리하게 됐다. 이렇다 보니 도시 공간이 분리되어 도시개발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구의 경우 전체 면적의 47%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중구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우정혁신도시 등 우수한 자원과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능한 부지가 부족해 새로운 사업 구상 및 추진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벨트는 오랜 시간 지역 발전을 가로막아왔다. 그린벨트가 남아있는 이상 미래를 열 큰 변화가 움트긴 힘들 것이다. 물론 그린벨트의 도입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제는 50년 전과 시대적 배경 및 상황이 달라졌음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지방은 무분별한 팽창을 우려하긴커녕 수도권 과밀화에 기인한 인구 유출로 인해 텅 비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지방 소멸’이란 말까지 등장했을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다양한 산업기반을 확충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는 나아가 인구 증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 균형발전 및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마련되는 것이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시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중앙부처 및 정치권에서도 해당 문제가 거론되는 등 조심스럽게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이 구체적인 담론 형성으로 이어져 이번에야말로 다각적으로 그린벨트 정책을 들여다보고 재검토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본다. 그린벨트의 전면 해제 또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 지방 이양 등 방법론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는 지금까지 규제와 통제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미래 발전의 원동력을 내포하고 있는 보물이 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가 울산을 그리고 중구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자 지역 백년대계의 주춧돌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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