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초등학교의 역할, 보육이 아닌 교육

2022-08-31     경상일보

독자들은 초등학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보육과 교육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필자가 시간이 지나며 느끼는 것은 점점 더 보육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실에는 여전히 3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상황이 다르다. 처음 학교에서 학생들은 규칙과 질서에 대해 배운다.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초등교사들은 그에 대한 전문성을 의심받는다. 맞다. 초등교육의 내용 수준은 중등교육에 비해 쉽고 간단하다. 그러나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이러한 수준의 지식 내용을 알고 있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수준으로의 하강에서 오는 것이다. 즉, 똑같은 지식을 학생들이 습득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눈높이로 맞춰 전달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초등교사는 보육하는 사람이 아닌 교육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학부모님들의 요구에 따라 학생들이 먹어야 하는 약을 챙기고, 색연필 등을 가방에서 꺼내 사물함에 챙기는 등 간단한 일들을 한들 초등교사의 역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등 초등학교에는 학생들의 보육을 담당하는 많은 역할이 들어와 있다. 학교라는 이유에서이다.

방과후 학교를 담당하는 필자는 가끔 학원을 운영이는 사람 혹은 회사의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짜고, 강사를 선정하고, 강사비를 지출하는 등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가장 안전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다. 맞벌이하는 요즘 가정에서 학생들이 하교 후 안전하게 있을 곳이 많지 않아서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면. 돌봄교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실을 빌려주는 것에서 돌봄교실이 학교로 들어오긴 하였으나 사정은 방과후 학교나 비슷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꼭 학교에서 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일인가? 그러기 위해 교사가 존재하는가? ‘가르친다 혹은 배운다’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교사가 해야 할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보육에 지쳐 혹은 보육과 관련된 업무를 하느라 교사들은 본업인 수업을 잊고 일에 매달리는 일이 많다. 그래서 방과후 학교는 대표적으로 기피 업무로 통한다. 이러한 현실에 필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초등학교 혹은 초등교사가 보육하는 곳, 보육하는 사람이 아닌 교육을 할 수 있는, 온전히 초등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