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힌남노) 소식에 두려움 떠는 천상마을 주민들

2022-09-02     차형석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다음 주에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울산 울주군 범서읍 천상마을 주민들은 벌써부터 시름이 깊다. 최근 몇 년 새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여러 차례 겪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찾은 울주군 범서읍 천상마을. 70여가구 14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 마을은 단층짜리 옛 기와집과 오래된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천상천을 따라 주변에 소규모 논과 밭도 군데군데 조성돼 있다.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바로 인접해 있어 도심 한 켠에 외딴 섬과도 같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의 주민들은 태풍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6년 태풍 ‘차바’를 시작으로 2018년 ‘콩레이’, 지난해 ‘오마이스’까지 최근 몇 년 새 큰 태풍 피해를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차바’ 때는 70가구 중 15가구 정도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한 업체 물류창고는 절반 가량 물에 잠겼고, 특히 천상천이 범람하면서 조립식 주택건물이 떠내려가는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콩레이’때도 7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지난해 이맘때 내습한 ‘오마이스’ 때는 5가구 주민 10명이 마을 경로당으로 일시 대피했다가 물이 빠지고 나서야 귀가했다.

김옥희(63) 천상마을 이장은 “‘차바’ 때는 일일이 다 전화해서 피신하라고 했고, 혼자 계신 어르신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살려 달라’고 해서 직접 가기도 했다”며 “이제는 비만 많이 와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천상마을이 태풍 때마다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구조적으로 저지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을을 가로지르는 천상천도 하천 옹벽 높이가 낮은데다 잡풀이 무성하고 하천 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있어 홍수 등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 지역이 천상(평천)지구 도시개발사업에 포함된 지역이어서 관할 행정기관도 대책 없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이에 하천 준설작업과 하천 위 인도교 철거 또는 아치 형태 재설치라도 요구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뒤늦게 접수하게 되어 우선은 업체를 통해 긴급히 준설작업이라도 실시하는 방안을 수립중이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