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힘 새 비대위로 추석민심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법원의 1차 가처분 결정으로 비대위 출범이 불가능해지자 후속조처를 재빨리 단행했다. 국민의힘은 2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의 요건인 ‘비상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96조1항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로 명시함으로써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의 기능 상실 등이 발생할 때’라는 기존 기술을 명확하게 고쳤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권한이 비대위 구성으로 상실된다는 점도 못 박았다. 법원의 결정에 따른 맞춤형 개정안이다.
새 비대위 선장은 법원의 1차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됐던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제3의 카드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도 하지만 워낙 빠른 진행에 ‘어게인 주호영’ 외에 달리 대책이 없어 보인다.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완료하게 되는 오는 8일 상임전국위원회 개최 일정에 맞춰 ‘새 비대위원장’ 인선도 함께 발표한다는 게 지도부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 비대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뒤 재임명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법원의 결정을 피해 당헌을 개정하기는 했지만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법원의 판단에 걸맞은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속전속결로 꾸려진 새 비대위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지도 의문이다.
추석이 국민의힘을 더 조급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추석 밥상에서 어떤 여론이 오가는 지는 향후 정국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지만, 이같은 졸속 비대위 구성으로 민심을 얻을 수는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30% 안팎을 오가는 상황이다. 추석 민심의 향방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혜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꼼수를 찾는 당지도부도 문제이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근본적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젊고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일부 지지층의 호응에 도취되어 정치인이 가야할 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 전 대표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당과 함께 해야 하고, 당은 이 전 대표의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윤핵관들은 우선 무조건 뒤로 물러나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다음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민생에 뿌리는 둔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상상황이 된 원인을 외면한 채 새 비대위 출범으로 추석 민심을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