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균관이 제시한 검소한 추석 차례상의 의미

2022-09-06     경상일보

추석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추석이 뒷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차례상 차리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물가가 턱없이 상승하면서 경제적 부담도 어느 명절 보다 크다. 그 때문인지 유교전통문화 보전에 앞장서온 성균관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서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 大禮必簡)’고 한 대목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대표적 명절 음식으로 꼽히는 튀김이나 전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따르면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고 성균관 측은 소개했다. 차례상차림의 예법으로 알려져 있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밤·배·감) 등도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한다.

현재 널리 쓰이는 제례는 조선 말엽 신분질서가 무너진 시점에 새롭게 부를 쌓은 신흥계층이 세를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설날에 한국국학진흥원에 의해 언론에 공개됐던 퇴계선생 종가의 차례상에는 술과 떡국, 포, 전 한접시, 사과·배·감·귤 각 1개와 대추·밤 5~6개를 함께 담은 과일 한접시가 전부였다.

우리의 미풍양속인 명절 차례는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진정한 의미와 정통성을 잃어버리고 격식에 허례까지 더해졌다. 게다가 세대가 바뀌면서 차례를 더 이상 미풍양속으로 여기지도 않게 됐다. 자칫 세대간, 남녀간 갈등으로 치달아 가족 간의 불화를 야기하기도 한다. 성균관의 바람대로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세대 갈등 없이 즐거운 추석을 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