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디지털 혁신과 기업의 일하는 방식 변화 지원 과제

2022-09-06     경상일보

디지털 전환과 팬데믹은 장기적으로 속도, 범위, 체제에 대한 선형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술, 사회, 문화적으로 전반적인 변화를 촉진시키고 고용시장에 차원이 다른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을 모방한 감각기능과 역량을 갖춘 AI로봇이 생산 및 서비스 현장에서 이미 다양한 직무를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의 등장과 기존 산업 간의 융합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직업은 물론 근로유형까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족하고 편리하게 만들고 있는 동시에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촉발하는 다양한 기회를 활용과 동시에 위기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영역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고용방식이 등장하고 있으며, 플랫폼 노동자는 크라우드, 비대면, 유비쿼터스, 긱(Gig)노동자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디지털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과 형태의 유연성 강화, 업무수행 방식의 자율성 향상, 부업 등을 통한 추가수익 창출,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 기회 부여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저소득 노동 중심, 노동자의 사회적 격리, 근로 기준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기업의 플랫폼 노동자 활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공유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안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고용이 프로젝트 단위로 단기계약을 통해 체결되면서 전통적인 임금노동자에서 일자리와 지위가 불안해지고 소득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공유경제로 알려진 대리운전, 배달, 퀵서비스, 돌봄, 가사, 번역 등은 과거 전형적인 전일제 정규직의 고용 관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용형태로 변형되면서 일자리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인 고용 과정에 대한 통제방식과 계약의 형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은 정보의 대칭성과 경제적 효율성, 고용창출 효과성, 플랫폼 노동의 법적 분류 등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획기적인 거래 비용의 하락을 가져오고 있지만, 잉여 수익이 근로자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 투자자에게 전이되는 등 저소득 노동을 양산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법적 기준에서 볼 때 사용자성과 노동자성이 명확하지 않고, 이로 인해 노동 환경의 확립과 법률적 요건의 준수를 어렵게 하고, 사업자들에게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플랫폼 노동에 관한 노동법적 분쟁은 주로 오분류에 관한 것에 집중되어 있으며,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의 형태를 유형화하는데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율성을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세적인 것으로 보고 다양한 형태의 발생을 수용하면서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존재하는 플랫폼노동의 다양한 영역과 개념요소를 확인하고 진단함으로써 사회적 보호를 구현하는 노동법제도 개편에도 나서야 한다.

기술혁신에 따라 일자리 형태가 변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기술진보에 따른 새로운 직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직업능력개발과 적극적인 취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구직자가 새로운 직무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구직자의 근로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전직 근로자들은 이에 대한 준비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노동 4.0시대는 네트워크화, 디지털화, 유연화가 강조될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고용형태 및 직무역량 등의 변화가 예측되므로 취약계층 근로자에 대한 생애경력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직업이나 직장이 바뀌더라도 개인이 보유하고 있거나 새롭게 학습한 역량을 어느 조직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수용성 있는 사회적 여건을 갖춘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높은 수준의 근로자 보호와 함께 노동시장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전국대학 산학협력단장 연구처장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