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공간 침수 행동요령, 숙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2022-09-13     경상일보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수도권 집중호우와 9월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해 지하공간에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침수 대비 국민행동요령을 보완해 국민재난안전포털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이번에 행안부가 국민행동요령을 대폭 보완한 것은 앞으로 태풍과 집중호우가 몇 번 더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하공간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하루 빨리 강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똑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호우피해가 날 때마다 하수관거 정비, 지하방수로 건설, 제방 보강 등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만 오면 도시의 ‘거대한 하수구’가 되는 지하공간은 여전히 침수 무방비 지대로 남아 있다.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사망 사고는 2003년 태풍 ‘매미’, 2016년 태풍 ‘차바’ 때도 반복됐다. 2016년 태풍 차바 때는 울산 중구 태화시장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50대 여성이 차를 빼려다가 숨졌다.

이번에 보완된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반지하 주택, 지하주차장 등 지하공간 이용자는 바닥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거나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 특히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차량을 밖으로 이동시키거나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또 공동주택에는 평상시 차수판과 모래주머니, 양수기 등을 비치해두고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차수판 관련 내용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방재관리연구센터가 연구한 자료(2020년)를 보면, 지상의 침수 높이가 60㎝인 상황에서 지하 공간 수위는 5분40초 만에 75~90㎝에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차수판은 큰 역할을 한다. 2017년부터 지하공간의 수방시설 설치 의무가 확대됐지만 사각지대가 워낙 넓고 소급 적용은 되지 않아 오래 전 지어진 건물의 지하 공간은 홍수 피해에 무방비 상태다.

모든 건물에 이같은 차수판을 설치하기란 기술적, 경제적으로 한계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건물에 효과적인 차수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국민행동요령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국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행동요령을 숙지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