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CRT작품(브라운관) 보존·복원 50년은 거뜬

2022-09-20     서정혜 기자

최근 백남준의 작품 중 최대 규모이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다다익선’의 복원과 재가동으로 미디어아트 작품의 보존과 복원에 관심이 쏟아졌다.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을 표방하는 울산시립미술관 역시 1호 소장품 ‘거북’을 비롯해 30여 점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보존·복원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울산시립미술관에 따르면 1~3호 소장품인 백남준 시리즈 가운데 프로젝터를 활용한 2호 소장품인 ‘시스틴 채플’을 제외하고, 1호 ‘거북’과 3호 소장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작품은 각각 CRT(브라운관) 모니터 166대와 23대로 이뤄져 있다.

현재 2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거북’은 지난 1993년 제작됐고,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1992~1994년 제작돼 향후 부품 노후화로 인한 CRT 모니터의 교체 작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1988년 설치를 완료한 대형 설치작품 ‘다다익선’도 노후화와 계속된 수리로 화재 등 우려가 커지자 지난 2018년 2월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독일 ZKM, 미국 MoMA, 휘트니미술관 등 국내외 전문가 40여 명의 자문과 유사 사례 조사를 거쳐 원형 유지로 복원 방향 세우고 3년 여의 수리와 교체를 걸쳐 지난 15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울산시립미술관 역시 CRT 모니터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의 경우 동일한 형태의 CRT 모니터 교체를 통한 원본성 유지를 보존·복원의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원형 유지·LCD 교체 등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지만, 울산시립미술관은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택했다.

CRT 모니터는 하드웨어 수명이 기판의 경우 10~20년가량, 유리 튜브와 전자총 등은 50년가량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부품별 내구연한이 도래하면 작품 원형 보존을 위해 모니터 수리·교체 등 유지보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작품 구입 당시부터 구입처로부터 향후 유지·보수를 고려해 작품 원형의 3배수가량의 보수용 CRT 모니터를 확보했고, 구입 이후에도 국내 CRT 제작 업체를 통해 추가로 2배수가량의 하드웨어를 확보했다. 학예 담당 부서에 CRT 모니터와 프로젝터 등 미디어아트 전시를 위한 장비 관리를 전담하는 기술자도 별도로 두고 있다.

또 울산시립미술관은 독일 ZMK, 일본 도쿄의 인터커뮤니케이션센터(ICC) 등 전 세계 15개 미술관이 참여한 뮤지엄 포럼을 통해 향후 기술적 진보 등을 고려한 미디어아트 작품의 유지·보수 매뉴얼을 만들어 지속해서 보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마다 작품의 보존·복원과 관련한 정책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미디어아트 작품의 원본성에 가치를 두고 물질적 작업의 경우에는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작품 유지·보수를 위해 이미 확보한 CRT 모니터로 향후 50년동안은 가동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