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산업기술박물관, 이름 뿐인 ‘국립’ 될라

2022-09-21     경상일보

울산시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하 국립산박) 건립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가 사업 방식을 예타사업이 아닌 예타면제 사업으로 결정한 것은 사업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경제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산시의 계획대로 1000억원대의 사업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기술박물관을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과거 산업유물을 전시하는 단순한 박물관에 그친다면 애물단지가 하나 더 생기는 결과밖에 안될 수도 있다.

국립산박은 애초 세계 최대 규모의 국립산박을 짓는 것으로 출발했다. 건축비 4500억원 규모에 부지매입과 전시품 구입 등 모두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이 검토됐다. 하지만 입지가 서울이 아닌 울산으로 결정되면서 사업비가 여러 차례 쪼그라들다 결국에는 백지화됐다. 지난 2017년 당시 시는 사업비를 1800억원 규모로 가장 적게 잡아 예타신청을 했으나 결국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는 현재 사업비를 1028억원 수준으로 잡고 예타 준비를 하고 있다.

울산시는 현재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및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 중이다. 당초 올해 8월 중으로 용역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콘텐츠 보완 등을 위해 용역 기간을 올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시는 사업 규모를 축소한 만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국립산박이 1000억원 남짓한 규모로 추진되는데 대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이름 앞에 ‘국립’이라는 딱지 하나 붙인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시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울산시는 규모를 키우고 세계적 볼거리가 되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국립산박은 지난 10년 동안 울산시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세계 최대의 산업박물관이라는 꿈에 부풀어 올랐다가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지방공약으로 국립산박을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그만큼 국립산박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문화·산업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이왕 지방공약으로 내걸어진 국립산박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울산시가 대통령 공약의 힘을 빌어 다시 국립산박을 추진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대통령과 산업부, 울산시민, 울산 정치권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예타면제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