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예 기념관 건립, 자료전시관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외국여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인물 동상이나 기념관이다. 상대적으로 인물을 기리는 일에 소홀했던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들어 기념관 건립이 활발하다. 울산에서도 외솔 최현배와 고헌 박상진의 생가를 활용한 기념관에 이어 충숙공 이예 기념관 건립 사업이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이예로 개통식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예 기념관 건립 지원을 약속했다. 김영길 중구청장의 공약사업과 맞물려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예기념관은 2016년부터 몇차례에 걸쳐 중구 성남동 일원에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중단됐다. 이예 선생은 고려 말~조선 초 외교관으로서 포로 송환에 많은 공을 세웠다. 특히 1419년에는 이종무(李從茂)를 도와 대마도의 왜적을 소탕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외교관으로서 국가에 기여한 공이 각별한 그가 울산 출신이라는 사실은 널리 후손들에게 알리고 자랑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만시지탄이지만 2000년대 들어 그의 공로는 국가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05년 문화관광부가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해 조선의 첫 통신사인 이예 선생을 새삼 부각시켰다. 외교부는 2015년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한 뒤 2015년 그의 동상을 국립외교원 외교사료관 앞에 세웠다. 우리나라 외교의 역사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의 고향인 울산에서는 2006년 달동 문화공원에 그의 동상을 세운데 이어 지난 30일 완전개통한 옥동~농소 도로의 명칭을 ‘이예로’라고 명명해 그의 업적을 기렸다.
역사인물을 기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예로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명칭에 호나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 중 한 방법이다. 우리는 차를 타고 이예로를 달리면서 이예와 외교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청소년들의 지표가 되거나 주민들의 애향심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더 나아가 그와 통신사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념관을 마련한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전시로 지루함을 주거나 실속 없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다가는 외솔이나 박상진 기념관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외면하는 쓸쓸한 기념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념관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볼만한 전시자료, 전시기법, 프로그램 등이다. 거창하고 엄숙한 전시공간이 아닌 외교 분야의 특성을 살린 도서관, 학습관, 카페, 기념관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예라는 인물에 국한하지 않고 외교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공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