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아이들과 함께하는 삶, 교실 속 작은 왕국
긴 연휴의 끝에 아침부터 들어온 교실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오늘은 자리를 바꾸는 날. 6학년이 되어도 아이들은 이날이 가장 설렌다. 선생님을 보며 활짝 웃는 얼굴, 반가운 인사. 방금 전까지 꾸물거리며 출근하기 싫었던 마음이 쓱 내려간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학교는 더욱 시끌벅적하다.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 날씨는 맑음인가보다.
내가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교생실습을 나가서이다. 똘망똘망한 눈초리로 잔뜩 긴장해 있는 교생을 보며 아이들은 신기한 듯, 반가운 듯 빙글빙글 웃는다. 선생님~ 선생님. 병아리가 엄마 닭 따라다니듯 종일 선생님을 찾아온다. 약 3주간의 시간이 지나고 헤어질 시간이 오면 교실은 눈물바다를 이룬다. 그때 마음먹었다. 평생을 이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사실 교사의 일과는 교생 때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달랐다. 어떤 날은 업무에 치여 아이들이 뒷순위가 되기도 한다. 당장 일에 치여 떠드는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 그런 날이면 미안한 마음에 종일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금세 화를 낸 나를 잊고 선생님을 찾는다. 우리 교실에서는 내가 BTS이자 아이들의 엄마, 아빠이다. 내가 입은 옷, 내가 신은 신발, 내가 한 머리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의 모습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인 아닌 공인인 셈이다.
교사는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져야 하는 직업이다. 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며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다. 하지만 이별 뒤에는 또 다른 약속이 기다린다. 아이들은 들꽃처럼 자라서 각자의 자리에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리고는 활짝 핀 얼굴로 다시 나를 찾아온다. 그들과 기울이는 술잔. “선생님과 한 약속이에요. 어른이 되면 우리 치킨에 맥주.” 소박하지만 아주 큰 약속이다.
교단 일기를 쓰면서 매번 힘이 들어간 글을 썼다. 때로는 교육 정책을 비판하고, 때로는 지금 하는 교육 사업을 홍보하는 그런 글들. 그런데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은 것 같다. 나는 교사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것. 글에 힘을 빼고 내 모습을 뒤돌아보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 잠시 빈 교실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며 작은 행복을 느낀다. 물론 아이들이 돌아오면 또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할지도 모르지만. 매일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실 속 작은 왕국이 나의 왕국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왕국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으며 글을 마친다.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