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버스터미널 이전 묘수 모색 필요

2022-10-05     이춘봉
건축된 지 20년이 지난 울산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 광역시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낡고 협소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터미널 부지에 대한 개발 추진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이전이나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특혜 의혹과 시민 편의 저하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실행은 요원한 상황이다.

4일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8년 삼산동에 있는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이전 검토를 위해 울산연구원을 통해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적정 규모 및 위치에 대한 기초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당시 시가 용역을 진행했던 직접적인 단초는 2017년 11월 언양시외버스터미널 운영 사업자의 폐업이었다. 언양권 터미널이 임시 운영 체제로 전환하자 시는 용역을 통해 일괄 이전 등에 따른 위치와 및 적정 규모를 따져보기로 했다.

그러나 용역은 8개월 만에 잠정 중단됐다. 당시 용역비 부족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공론화가 미흡했고, 도시계획 시설 결정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에도 역부족이어서 울산연구원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미완의 상태로 용역을 중단했다.

용역이 중단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용역을 재개할 움직임은 없는 실정이다. 터미널 이전을 위한 시 차원의 움직임 역시 전무하다.

시일이 계속 흐르면서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 광역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 최대 번화가에 위치했지만 20여년 전 운영을 시작해 시설물이 낡고 공간 역시 협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전은커녕 리모델링도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코로나 확산 여파로 승객이 줄면서 대규모 감차가 뒤따랐고, 편의 저하에 따른 승객 감소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사업자의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당장 시설 투자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터미널 사업권자인 롯데 내부에서 터미널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울산점 개점 20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가 조금씩 불거지고 있고, 특히 최근 신세계가 중구에 입점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백화점 인근에 있는 터미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 입장에서는 도시계획시설 상 자동차정류장으로 특정된 터미널 부지의 용도를 상업시설로 변경할 경우 롯데 측이 막대한 차익을 얻는 만큼 특혜 시비가 불가피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롯데의 경우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강동리조트 등 울산 주요 사업 추진과 관련해 이미 신뢰를 잃은 상황이어서 해법 모색은 더욱 쉽지 않다.

접근성이 용이한 도심에 위치한 터미널을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민원 역시 시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한편 일각에서는 롯데가 특혜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규모 반대급부를 시에 제공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 다각적인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시 차원에서 용역을 재개해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