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교권 침해행위와 교원지위법의 개정
지난 8월말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여교사가 수업 중인데도 불구하고, 남학생 한 명이 교단 쪽으로 나와 칠판 밑에 드러누워서 휴대폰 충전을 하면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일이 있었고, 그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다. 같은 교사의 수업 중에 다른 남학생은 웃통을 벗고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유포됐다. 해당 교사는 그런 상황에서도 특별히 제지를 하지 않고 수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업 중인 교사도 마음 같아서는 단호하게 저지하거나 혼을 내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학생이 막무가내로 대들거나 반항을 해 버리면, 그것을 감당할 자신도 없고, 또 그것을 감당하려다가 자칫하면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릴 수도 있고, 아동학대로 몰릴 수도 있겠다 싶었을 것이다. 수업을 중단하고 교권침해 사건으로 합법적인 문제제기를 하려고 해도 오히려 아이들을 잘 리더하지 못하는 무능한 교사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당 학생을 못 본 채하고 일부러 태연하게 수업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교사로서의 긍지를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고, 오랫동안 한없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교실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대한 학생 혹은 학부모의 침해행위(교권 침해행위)는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을 거의 하지 않던 2020년도를 빼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교총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유·초·중·고 교원 8655명 중 95%가 문제 학생에 의한 교사의 교권이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했고, 61.3%의 교사가 일주일에 5회 이상 문제 학생의 교권 침해행위를 겪는다고 답변했다.
이번 동영상이 유포되자, 교총 및 전교조에서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 여론에 힘입어서 국회의원들에 의해 기존에 있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일명 교원지위법)’ 및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기존 교원지위법에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의 학생부 기록’ ‘교권침해 학생과 피해교원 분리 조치’를 신설하고, 기존 초중등교육법에 ‘교원은 교육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권한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다른 조항은 별로 반대의견이 없는데, 교권 침해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자는 조항은 아직 논쟁거리로 남아 있고, 전교조는 반대하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일선 교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은 이미 20년 전인 1991년 5월31일부터 시행되었고, 2016년도와 2019년도에는 이 법률의 명칭을 지금과 같이 변경하고, 내용을 대폭 개정해 교권 침행행위에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행 교원지위법에서도 교권침해행위를 당한 교원에 대한 보호조치가 나열되어 있고, 해당 학생에게는 침해행위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침해학생의 반성 정도, 학생과 교원의 관계회복 정도를 반영해 교내 선도(학교에서의 봉사), 외부기관 연계 선도(사회봉사,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교내 교육환경 변경(출석정지, 학급교체), 교외 교육환경 변경(전학, 퇴학)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권 침해행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고통과 후유증으로 피해를 당한 교사들이 오히려 특별휴가, 병가 등을 내고 침해행위를 피하는데 급급한 것을 보면, 교권 침해행위를 방지하는데는 법률의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 현장에서 가르침을 주는 교사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고, 교사의 조치를 신뢰하는 풍토 조성이 먼저일 것이다.
아무튼 이번 동영상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벌이지고 있는 교권 침해행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