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문학의 부흥은 ‘문화수도 울산’의 원동력이다

2022-10-11     경상일보

‘문화(culture)’의 어원은 ‘경작하다’라는 뜻의‘cultivate’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국어사전에는 ‘문화’를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로 볼 때 문화는 자연 그대로 두었을 때는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경작’이 농부가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보살펴 주는 행위라는 의미이듯이, ‘문화’도 사람의 손길로 잘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그 위에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가꾸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필자가 속한 울산문인협회에서 53명의 회원이 <울산문학> 100호 기념으로 본 협회 초대 회장인 김어수 시조 시인의 고향, 강원도 영월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군 단위인 영월에도 문화예술회관이 있고 ‘법적 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곳에는 김삿갓 문학관, 김어수 문학공원이 있고 단종문화제, 동강 국제 사진제, 뗏목축제, 김삿갓 축제, 붉은메밀축제 등이 개최되며 책 박물관, 조선 민화박물관, 화석박물관, 곤충박물관 등 박물관만 10여 군데가 있다. 석탄과 석회석의 주생산지인 인구 3만여 명의 영월군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영월의 30배 인구인 110만의 울산은 엄청난 문화, 예술, 문학, 역사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러한 귀중한 자산을 보존, 계승 발전시키고 그것을 향유할 공간의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민선 8기 울산광역시와 유관단체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울산을 ‘산업수도’에서 ‘문화도시’로 업그레이드하는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문화예술과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넓혀주고 삶의 질을 고양하는, 광범위한 문예 진흥 정책을 추진해 주시리라 믿는다.

특히, 소도시에도 청마문학관, 이효석 문학관, 담양 가사문학관 등 개별 문학관이 100여 군데가 있음에도 울산에는 오영수문학관 하나가 있는 형편이다. 오영수, 서덕출, 최현배, 박종우, 김수용 등 울산을 빛낸 작고 문인들과 울산예총 초대회장인 최종두 시인, ‘덕혜옹주’의 권비영 소설가 등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과 소중한 사료들을 보존하고 시민들과 문학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한 것이 안타깝다.

나이가 들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해님 달님’ ‘흥부와 놀부’ ‘효녀 심청’ ‘진달래꽃’은 무엇인가? 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문학 작품이다. 이처럼 문학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큰 감동으로 남아 어려울 때 힘을 주는 원천이며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서울의 국립 한국문학관, 대구문학관, 대전문학관, 인천 한국 근대문학관, 제주문학관, 올해 말에 완공되는 광주문학관, 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부산광역시도 문제가 해결되면 늦어도 내년 초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또 전북문학관, 경남문학관 등 광역단위 지자체에도 문학관이 있는 상황이니, 이번 문화도시 선정과 더불어 울산도 문학관 건립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이제 ‘산업수도’ 울산에서 ‘문화도시 울산’선정을 발판으로 ‘문화수도’를 향한 인프라의 확충과 재정비를 통해 이 지역 문화예술이 더욱 융성해졌으면 한다. 울산시립문학관이나 오페라하우스, 아트 센터, 상설 연극관 건립 등은 과거의 전례로 보아 이것저것 따지다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민선 8기에는 우선순위 없이 동시에 통 큰 진행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착수가 곧 성공’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권영해 시인·울산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