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쥐꼬리만한 R&D지원금, 미래차 전환 꿈도 못꾼다

2022-10-11     경상일보

전 세계가 미래차 연구개발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업계는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차에 대해 거창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 업체들은 찬밥 신세다. 이래서는 미래차가 아니라 영원히 내연기관 차만 만들어야 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향자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전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구조혁신 지원 R&D’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30억5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의원은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5년간 약 1조원의 연구개발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중기부의 내년도 30억원 예산은 전체 업종에 대한 지원 비용인 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진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자동차 부품사는 총 1만212개로 이 중 84%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에 해당된다. 그러나 전체 부품사 중 73%가 자금·기술·정보 부족 등의 사유로 미래차 전환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향후 5년간 자동차 업계에 ‘95조원+α’의 민간 투자를 집중지원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330만대 생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래차로의 신속하고, 유연한 전환과 모빌리티 신산업으로의 자동차 산업 경계 확장을 통해 ‘자동차 산업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기부의 ‘구조혁신 지원 R&D’ 내년도 예산을 보면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내연기관을 미래차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적인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지만 이러한 예산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양의원은 “미래차 부품 1종을 양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3개월이고, 개발비용만 13억원이 든다”며 “영업 이익률이 1%대에 불과한 중소 부품사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전환을 이루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울산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있는 도시다. 중기부 뿐만 아니라 울산시도 미래차 R&D 지원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차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