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선8기 출범 100일을 맞으며

2022-10-11     강민형 기자

민선 8기가 출범하고 어느새 100일이 흘렀다. 울산 남구는 민선 8기 출범 100일을 맞아 7개 분야 17개 과제 54개 사업을 확정짓고 국비 678억원, 시비 812억원, 구비 905억원 등 총 245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확정된 7대 분야에는 민생안정, 관광도시, 청년도시 등 구민을 위한 크고 작은 사업이 포함됐다. 주거환경 개선, 복지 등 많은 분야를 아우른다. 남구는 분기별 공약 사업에 대해 자체평가를, 연 1회 이상 공약이행평가단의 진단과 점검결과를 점검한 뒤 제대로 된 사업으로 수정·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차려진 공약에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 남구가 구민 복지 사업으로 시작한 사진을 찍어주는 사업이나 OK생활민원 기동대 등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복지 사업 기조에 공감을 하면서도 또다른 구민인 업계 종사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반쪽짜리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를 겪으며 사업 명맥을 이어보려고 발버둥쳤지만 복지라는 명목으로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돼 관련 업종 상당수가 현실적으로 침체를 겪었다는 것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남구만’ 가족사진 무료 촬영과 같은 교묘한 홍보로 시민에 피해를 입히는 문제를 지적했다. ‘무료사진촬영’은 수년째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어 매년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구청 등에서 복지사업 일환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등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사업처럼 교묘하게 특정 문구를 활용해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지만 지자체는 규제 방법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점도 지적됐다.

정직하게 사진관을 영업하는 업계 종사자들은 일부 손님들이 대뜸 전화로 “무료사진 이벤트 하시나요?”라고 묻거나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 “다른 업체는 무료로 해준다는데 여기는 그런 거 안하냐”고 묻는 일이 종종 있다고 토로한다.

이와 더불어 OK생활민원 기동대가 출범하고부터 동네 철물점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남구는 소외없는 따뜻한 복지 남구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또다른 복지사각지대로 소외되는 주민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산업 자체가 하락세에 접어들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사양 산업이라고 해서 없어져도 되는 업종은 없다”고 표현했다. 잘 차려진 밥상과 같은 공약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밥그릇은 없다는 것이다.

공약은 공적인 약속이다. 누군가는 공약을 공적인 약속으로 누군가는 빈 약속으로 기억해서는 안된다.

비단 남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각 구·군 복지 사업에는 비슷한 내용의 주민친화적인 정책이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편의는 누군가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주민이자 구민이고 울산시민이다. 남구가 사업을 시작할 때 업계 종사자들과 협력해서 보다 구민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어땠을까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자체가 시민을 위해 보다 배려있고 폭넓은 정책을 펴길 기대해본다.

강민형 사회부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