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콩쥐에게 드리는 조언
지난 4일 오전 서울지방검찰청 조사실에서 80대 아버지가 50대 아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연예인 박수홍씨가 피고인 형과 대질신문을 하는 자리에서 아버지로부터 폭언을 듣고 맞은 것이다. 박수홍씨는 형이 자신의 출연료를 수십 년간 횡령했다며 고소했다. 그는 일찍부터 아버지의 빚을 갚고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그는 형에게 매니저 역할을 맡기며 모든 수입과 운영을 일임했는데 배신을 당한 것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형과 형수가 소유한 수백억대의 부동산 자산은 수홍씨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조사실에서, 흉기가 있었다면 배를 찔렀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까지 듣고, “평생 가족밖에 모르며 살아 온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쓰러졌다고 한다. 부모와 형은 그의 결혼을 결사반대했는데. 돈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는 그가 독립을 선언하자 반대했고 아래층으로 몰래 이사 왔다. 아버지가 그를 마구 대한 모습들도 알려졌다. 망치로 그의 집 문을 두들긴 일도 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당해왔다고 한다. 그는 형의 횡령을 부모님이 모를 수 없다고 여겨 충격이 클 것이고, 다 드러난 지금에도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고 싶다고 하니 가슴이 무너졌을 것이다.
이렇게 부모에게 미운오리새끼로, 돈 벌어다주는 머슴으로 취급받는 콩쥐는 박수홍씨 외에 장윤정씨의 사례도 있다. 필자는 진료실에 오는 내담자들의 경우에서 매일같이 콩쥐의 사연을 듣고 있다. 수많은 가정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 중인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부모는 자신이 편애와 학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난 이러한 콩쥐가 너무 안쓰러워 이들이 좀 더 일찍 가족의 이런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7가지 팁을 드리고자 한다.
-부모와 형제가 자신을 함부로 여기며 학대와 폭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면, 상담을 받아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길 바란다.
-주위 사람들이 먼저 그 사실을 인지하기가 쉽다. 그런 지적이나 들어 온 말을 간과하지 말자
-가족사를 찾아보면 나를 천대한 부모가 성장과정에서 천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놀랍고 기가 막히는 대물림 현상이다.
-이런 희생양을 만드는 주도적이며 독선적인 부모, 방관하며 제지하지 않는 부모, 부모의 편애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형제 등이 문제다.
-부부 갈등이 심하고 가족 내에 편이 나눠져 있으며 아이들은 부모의 대리전처럼 서로에 으르릉 거린다.
-나를 찍어 누르는 형제의 태도를 부모가 바꾸지 못하고 있다면, 부모의 무의식적 편애를 등에 업은 횡포일 수 있다.
-훈육이라는 구실로 되풀이되는 부모의 폭력이 있을 경우, 자식을 소유로 여기는 부모의 태도는 점점 더 심해져 감을 명심하자.
이중 두개 이상이면 상담을 받아보아야 하겠다. 부모노릇을 제대로 하기는 어려워도 부모가 되기는 쉽다. 인간의 스펙트럼은 성인에서 악인까지 넓다. 독이 되는 부모는 꼭 있다. 편애와 학대를 당해 왔다면 당신의 부모를 무조건 믿지 말고 그 인성을 객관적으로 의심해보라. ‘너 때문에 내가 이혼을 못하고 희생해 살아야했다’고 해서 상처 주는 말과 매질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자. 자식을 핑계로 자신의 불행을 헤쳐 나가지 못하는 부모가 그 불행에 자식을 계속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대가 이런 상처를 받아 왔다면 더 늦기 전에 자신의 가정을 진단해야한다.
가정폭력상담센터, 여성의 전화, 가정법률상담소, 기타 상담센터에서 도와줄 수 있다. 전문가는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줄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자식이 부모를 의심해보라고 조언하는 필자를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부모와 형제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고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런 부모를 원망하는 치료자의 뒤끝이 작렬한 것이라고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