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일 굴욕외교” vs 與 “친북행위”

2022-10-13     김두수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의 친일 공방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 대여 친일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미일 군사훈련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등의 발언을 한 정 위원장을 향해 화력을 집중했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여당의 ‘친북 공세’에 맞서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대일 무능·굴욕 외교’ 프레임을 강화하고 국내 반일 정서에 호소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친일 사관이며 가해자 논리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일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일본 식민사관을 그대로 얘기한 것”이라며 “이완용 같은 매국노가 얘기했던 논리가 여당의 당 대표 입에서 나왔다”고 힐난했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도 “망언을 즉시 사과하라”(박찬대 최고위원), “윤 대통령은 일본 총리냐. 정 위원장은 일본의 여당 대표냐, 조선 총독이냐”(장경태 최고위원) 등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한미일 동해 연합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비판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나라 망치는 자해행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된 한미일 연합훈련에 ‘친일’ 딱지를 붙여 국론 분열을 꾀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리는 지점이라는 주장이다.

‘친북’으로 규정해 맞불을 놓으면서 야당의 친일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북한의 직접적 위협에 따른 안보위기 상황임을 강조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력 당권주자인 울산출신 김기현(남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역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 평가가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이 하고 싶은 말을 이 대표가 그대로 해주고 있다. 민주당이 대한민국 정당인지, 북한 노동당의 이중대 정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적화 통일을 하기 위해 핵을 사용하겠다고 법률에 명시했다는 북한에 대해 자위 방어 체제를 갖추기 위해 훈련하는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고 있다. 우리의 생명과 안보를 위협하는 게 북한인가, 지금 일본인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친일 망언’이라는 야권의 거친 공세에 직면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쳤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SBS 라디오에서 “구한말 국제정세가 복잡한데 우리만 고립돼 있으면서 조선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가 있다.그중에 조선이 안에서 썩어서 망했다는 것도 한 요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