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산업 이중구조 해소 않고는 초격차 경쟁력 어렵다

2022-10-20     경상일보

정부가 명실상부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보다 시급한 것은 국내 조선업계 내부에 누적된 원하청간의 심각한 부조리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산업 원·하청 이중구조로 원·하청 근로자 간 처우·임금 격차가 심화되고 인력 유출과 경쟁력 약화 등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 이중구조는 지난 30여년간 누적돼온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사태 때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업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같은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는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최근 조선업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하청 근로자의 임금은 원청 근로자의 50~7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근로일수는 원청 180일, 하청 270일로 조사됐다. 하청 근로자는 야근·특근이 잦고 쉬는 날에도 일할 때가 많아 원청 근로자보다 근로 시간이 훨씬 긴 것으로 파악됐다.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근로자들보다 더 일하고도 임금을 덜 받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주요 조선사와 그 협력업체들이 내년 초까지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 원하청 공정거래 질서 확립 및 하도급 구조 개선, ‘인력 유입-재직 유인-숙련 형성’ 선순환 체계 구축 및 인력난 해소, 산업재해·임금체불로부터 하청 근로자 보호 강화 등 3가지 대책을 마련해 자율적으로 실천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노동단체들은 “무슨 강제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청이 협약을 안 지키면 그만”이라고 비판했다. 하청업체들이 상생협의체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이중구조를 하루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우리나라 조선업이 자칫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조선업 회복의 ‘골든 타임’이 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보완과 수정을 계속해 때마침 찾아오는 조선업 회복의 골든 타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