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거짓말에 대한 단상

2022-10-20     경상일보

사기 등 거짓말 범죄가 많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필자는 직무 특성상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검사 시절에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피의자들을, 변호사인 현재는 위증하는 증인들을 자주 접하기에 그들의 머릿속, 즉 고민하는 흔적, 행동 패턴들이 명확히 보일 때도 있다.

누구나 거짓말은 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거나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거짓말을 아무나 하지는 않는다.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습관적이어서 거짓말을 해도 태연한 척 한다. 일본의 심리학자 사이토 이사무는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기 위해 책략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할 때가 많다고 한다. 즉, 자신이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도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현재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거나 자신을 보호하고 합리화하기 위해서였다. 오랜 경험으로 그들을 다루는 노하우도 생겼는데, 그 중 하나는 수많은 증거들을 한 번에 제시하지 않고 제일 빠져나가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제시하면서 그들의 본성을 지켜보는 것이다. 모면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과, 실토를 통해 반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동시에 주어 그들의 본 모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모면을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할수록 점점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을 정작 자신은 모른다. 실토할 경우 비록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지만 상대방과 조금이라도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경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입장을 바꿔 실토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또 다른 거짓말을 재생산하는데 그 거짓말의 가장 많은 유형은 책임전가다. 거짓말을 했지만 그 원인이 자기가 아닌 타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반에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빠져나갈 변명거리가 없을 때, 이들은 자신도 너무 힘들다는, 약한 모습 코스프레를 한다. 이미 그 거짓말로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있음에도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하면서. 반면, 거짓말이 습관이 아닌 사람들은 적절한 상황에서 실토하고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거짓말을 했던 자신의 내면,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음에도 얼굴이 밝아지고 후련해하며 편안한 모습을 보인다.

일시적인 관계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철저한 거짓말이라도 언젠가는 들통나기 마련이다. 거짓말은 사회적 평판과 직결되고, 한번 불신한 상대와 신뢰를 다시 쌓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한 부부 또는 연인관계라면 원래 관계로 돌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인간관계에서 진심으로 의미 있는 깊은 관계로 발전, 유지하고 싶다면 거짓말은 금물이다. 아주 작은 사소한 거짓도 신뢰를 집어삼키는 작은 불씨가 된다. 마치 옷장 속에 불씨를 던져놓고 문을 닫는 것과 같다. 당장은 그 불씨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새 온 집을 태워버리는 큰 불이 된다. 거짓말이 그렇게 무섭다.

거짓말을 듣는 상대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자기 기준으로 이상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대개 그 느낌이 맞을 것이다. 상황을 멈추고 천천히, 이성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들로부터 더 이상의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이상하다고 느낄 때 그들과의 관계를 멈추는 것이다. 미련을 품고 합리화했다가는 손해를 입을 가능성만 높아진다. 오히려 자신이 그동안 부여했던 신뢰에 대해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다만, 한번은 스스로 실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필요는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변준석 법무법인PK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