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울산 동구의 도시 브랜드를 만들자
울산 동구 주민으로서 부러운 도시는 전라남도 여수시다. 과거 여수는 관광지로 그렇게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인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되고,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가 대히트를 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가 됐다.
특히 노래 ‘여수 밤바다’는 지금까지 여수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질 정도로 여수라는 도시의 대표 브랜드로 완벽하게 자리잡아 버렸다. 효과는 엄청났다.
2011년 702만명이었던 여수 관광객은 2012년 1525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1300만~1500만명의 관광객이 여수를 찾았다.
그런데 여수를 방문해 보면 울산과 너무나 비슷한 풍경이 있다. 바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1위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다. 끝없이 이어진 파이프, 수십개의 굴뚝 등 SF영화에 나올 것 같은 풍경들은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울산이라 믿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도시가 아닌 관광도시로 기억되는 것은 울산 동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선업 불황을 겪은 울산 동구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육성 중이다. ‘지속 가능한 해양관광 휴양도시’를 목표로 하는 여수와 비슷하게 ‘해양관광도시’를 꿈꾸고 있다.
현재는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다. 지난해 7월 개장한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158일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넘어서며 울산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떠오르더니 개통 1주년에는 173만명이 넘는 누적 방문객을 기록했다.
오는 2023년 상반기에는 대왕암공원 일원과 맞은편 고늘지구 내 일산수산물판매센터 인근을 잇는 1.5㎞ 구간의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선다. 케이블카 옆 일산해수욕장 위로는 집라인(연장 0.94㎞)도 같은 시기에 개통된다.
하지만 단순히 관광 인프라 구축으로는, 더군다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이미 조성된 시설로는 진정한 관광 도시로서의 도약은 어렵다.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은 울산 동구라는 도시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100m 높이의 골리앗크레인, 수백대의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의 오토바이 행렬 등으로 대표되는 ‘조선업 도시’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들은 모두 그 도시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 경제 침체와 높은 범죄율로 낙후됐던 미국 뉴욕은 ‘I Love New York’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한 노력 끝에 전 세계인이 꼭 방문하고 싶은 관광도시로 변했다. 또 YES! TOKYO(일본 도쿄), Asis’s world city(홍콩), Uniquely Singapole(싱가포르), City of My Dreams(오스트리아 빈), Be Berlin(독일 베를린) 등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유명 도시들은 한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가 있다.
일본 큐슈지역의 한 현인 쿠마모토현은 ‘쿠마몬’이라는 캐릭터가 도시 브랜드가 된 사례다. 지난 2011년 신칸센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인데 쿠마몬 도입 이후 관광객이 2배 증가하는 등 쿠마모토현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도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로 바뀌다 보니 국내 대부분 도시의 슬로건과 로고 등은 단체장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그에 따른 정책도 매번 달라진다. 급조된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고유성이나 특성 등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함께, 행복, 희망, 꿈, 미래 등과 같은 좋은 단어들이 비슷비슷하게 나열될 뿐이다. 울산 동구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관광도시로 정착한 지자체들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치열한 관광산업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울산 동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광도시로 가는 길이 차별화 되어야 한다.
임채윤 울산 동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