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기원하며
중학교 교사인 내가 고교학점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 1회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고교학점제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고교학점제는 어떤 제도인가요?’라는 질문에 교육부는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라고 고교학점제 홈페이지에서 답하고 있다. 학생은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업을 듣고 목표한 성취 수준에 도달했을 때 과목을 이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출석 일수로 졸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 이수 학점이 졸업 기준에 도달했을 때 졸업을 할 수 있는, 배움의 질이 보장되고 본질적인 학력이 인정되는 제도이다.
2025년부터 전체 고등학교에서 시행될 고교학점제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3분의 2 이상 출석만 하면 학년 진급을 하고 졸업을 한다. 출석 일수만으로는 학생들의 성취 수준과 시민의 역량을 판단할 수 없고 불평등의 교육 체제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습권을 박탈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학생이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 환경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고교학점제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학교와 일반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를 비교해 보면 고교학점제를 실시하는 학교의 표준편차가 더 낮고 E등급의 학생들도 낮다는 조사가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멘토링 등을 지원해서 배울 수 없는 학생들을 줄이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주된 목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교학점제는 6단계의 절차에 따라 학사 제도를 운영한다. 학습자의 과목 선택권이 보장되는 교육과정을 편성하면 학업 설계 결과와 수요 조사를 반영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은 개설된 과목 중 자신이 원하면서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학생은 신청한 과목의 수업에 참여하고 교사는 수업과 연계된 과정 중심 평가를 함으로써 학생의 성취 기준 도달 정도에 따라 과목 이수 여부를 결정한다. 이수한 과목에 대한 학점을 취득하게 되고 누적 학점이 졸업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을 할 수 있다. 마치 대학교 수강 신청과 학점 취득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어쩌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한 번은 꿈꿔왔던 고등학교의 모습일지 도 모른다.
모든 학생이 한 번에 자신이 신청한 모든 과목을 이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이수 학생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최소 학업 성취 수준을 보장하는 지도를 한다. 학기 초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과목별로 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선발하여 학습 코칭, 자존감 UP 프로그램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전에 미이수 학생 발생을 최소화한다. 이런 교사의 지도와 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이수 학생이 나올 것이다.성취 수준에 미도달한 학생은 학생의 특성에 따라 대체 이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 기회를 주고 학습 기회를 이행하면 이수를 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학교의 책임교육이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바일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살릴 수 있고 최소 학습이 보장되며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과 결정권이 존중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기 주도 능력과 자기 관리 능력을 향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 교사 부족, 교실 부족, 인기 과목 편중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길에는 반드시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 행정가(정부) 등 모든 교육 주체가 힘을 모아 고교학점제가 꿈꾸는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공정한 교육 기회가 주어지는 교육 현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교육 주체의 한 사람으로서 고교학점제가 교육 현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조한명 호계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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