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에서 ‘장소 만들기’를 시작해보자
건축과 도시설계를 전공한 필자는 울산에 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찬란했던 산업도시의 영광이 시들어가는 현상을 우려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물어보는 내용이 많다. 이에 필자는 나의 의견을 ‘울산의 장소 만들기’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도시설계 분야에서 ‘장소 만들기(place making)’는 도시 공간을 설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도시 공간에서 무엇이 좋은 장소를 만들 것인가(what makes a place great?)에 관해 연구하고 현실에서 실험하면서 하나하나의 좋은 장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좋은 장소를 이루는 요소를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들은 사회성(sociability), 사용 및 활동(use & activity), 안락함 및 이미지(comfort & image), 접근성 및 연계성(access & linkages)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사회성 만들기는 공공공간이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소로써 도시의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이동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즉 즐기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존재하고, 사람들 간의 만남과 협력이 가능하며, 노약자들이 불편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사용 및 활동 만들기는 사람들이 그 장소를 처음 방문하고 다시 반복해서 찾게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다. 도시에서의 활력과 즐거움, 지역 소상공인의 가게들 그리고 그 장소만의 특별한 행위가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안락함 및 이미지 만들기는 공공 장소의 성공여부에 중요한 요소인데,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고 걷거나 앉기 좋은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사람들은 그 장소에 대해 긍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접근성과 연계성 만들기는 주변과 그 장소가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잘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교통수단 간의 갈아타기가 편하고, 보행로에서의 편안한 보행이 가능하며 주차공간이 효율적으로 갖추어져 있어 누구나 그 장소에 쉽게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 울산 청년이 더 큰 대도시로 떠나 돌아오지 않고, 외부의 새로운 사람들이 울산에 정착하고자 몰려오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에 따라 필자는 ‘울산다운 장소 만들기’를 제안해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울산 시민들이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갖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앞에서 언급한 4가지 요소를 가지고 우리 도시의 장소를 분석해본다면, 분명 좋은 장소를 더욱 잘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곳이 보일 것이고, 반대로 이러한 요소가 부족해 외면받고 있다면 울산에 이러한 요소를 갖춘 장소를 새롭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역광장을 예로 들어본다면, 울산 방문객의 첫인상이 되는 태화강역과 울산역 광장에서 사회성, 사용 및 활동, 안락함 및 이미지, 접근성 및 연계성의 관점에서 각자의 관점에서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고 이들 의견을 모은다면 역광장에 관한 시민과 방문객의 인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런던의 킹스크로스역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인간적 도시를 위한 원칙’의 10대 항목은 활기있는 도시체계, 지속 가능한 공간, 접근성 향상, 복합적인 지역 활용, 유산의 가치 보존과 활용, 킹스크로스와 런던을 위한 지역재생, 장기적인 성공, 지역의 능동적인 참여, 원활한 소통, 안전한 실행 등이다. 그런데 이들은 앞서 언급한 4가지 요소를 고르게 포함하고 있다. 한 때는 노후되고 폭탄테러로 인해 도시민에게 슬픈 기억의 장소였던 킹스크로스역이 런던의 새로운 심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더 나아가 시민과 전문가에게 현재의 역사와 미래의 역사에 관한 설문을 실시해 울산의 기차역 공간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면 분명 미래의 울산 역사 공간은 달라지리라 믿는다.
이렇게 시민과 함께 우리들의 장소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또 이들이 모이면 울산은 분명 위대한 장소(Great place)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