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매시설 곳곳이 지뢰밭, 상인 스스로 화재지킴이로 나서야

2022-10-28     경상일보

울산소방본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울산지역 내 대형 판매시설 20곳을 대상으로 소방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에서 각종 법규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안 그래도 이번 대구 매천시장 화재로 인해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비롯한 대형 판매시설의 취약점이 부각되고 있는 마당에 점검 대상의 50%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소방점검 결과 점검대상 20곳 중 10곳에서는 스프링클러 작동 불량, 인명 구조기구 공기호흡기 면체 불량, 방화문 폐쇄 불량, 출입구 피난구 유도등 불량, 감지기 불량 등이 적발됐다. 스프링클러 헤드 살수 장애는 화재 초기 진압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대구 매천시장 화재 당시 주민들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또 지난해 6월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스프링클러가 문제였다. 여기다 이번 조사에서는 호흡기에 공기가 새고, 감지기 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문제가 상존해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매년 소방점검을 받지만 그 때마다 새로운 지적사항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소방특별조사에서는 6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모두가 노후화로 인한 것들이었다. 점검 때마다 문제점이 발견된다는 것은 조만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장 33년째에 접어드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그 동안 크고 작은 화재가 많이 있었다. 그 중 컸던 것은 2016년 추석연휴를 6일 앞두고 발생한 것과 2019년 1월 발생한 것이 있다. 2019년 화재에서는 1021㎡ 규모의 1층 건물 지붕이 폭삭 내려않고 점포 78곳이 불에 타 13억5000만원 재산피해를 냈다. 그럼에도 도매시장 이전은 아직 요원하고, 시설 현대화 사업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도매시장 등 대규모 판매시설들은 밀집된 특성 때문에 불이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판매시설은 대부분 멀티탭에 콘센트를 문어발식으로 꼽는 곳이 많다. 때문에 누전과 합선은 다반사다.

날씨가 갈수록 건조해지고 화기를 사용하는 빈도도 많아지고 있다. 화재는 건물 또는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이 가장 먼저 예방해야 한다. 소방 관련 부서가 아무리 점검을 부지런히 해도 전기나 화기를 아무렇게 사용하면 불은 나게 돼 있다. 소방서의 꼼꼼한 점검도 중요하지만 화재를 경계하는 상인들의 태도는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