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체장·공공기관장 임기일치 조례 제정 ‘씁쓸’

2022-10-28     경상일보

자치단체장과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조례가 제정된다. 울산시는 선출직 시장의 임기와 출자·출연 기관 대표와 임원의 임기를 맞추는 ‘울산시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를 27일 입법예고했다. 정권교체기마다 발생하는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신·구 권력간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제도가 되긴 했으나 낙하산 인사가 만연해질 수밖에 없는 엽관제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적잖이 씁쓸하다. 지역내 정치적 편가름과 인적자원 부족난이 더 심각해질 우려도 크다.

‘울산시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가 시행되면 공공기관 12곳 가운데 울산경제진흥원, 울산신용보증재단, 울산테크노파크,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울산문화재단,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울산일자리재단, 울산관광재단 등 9개 공공기관이 이 조례의 적용을 받는다. 지방공기업법과 연구원 관련법을 따르는 울산도시공사, 울산시설공단, 울산연구원 등 3개 기관의 대표는 여전히 3년 임기가 보장된다. 9개 기관도 현재 재임 중인 기관장은 해당되지 않는다. 다음 시장 선거 이후에 9개 기관에 한해서만 소위 ‘인사 알박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공공기관장의 임기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엽관제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실적제를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는 공공성이 중시됐다. 언제나 그렇듯이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악용하는 정치가 문제다. 제도의 취지대로 정치적 고려 없이 전문성만으로 인재를 뽑고 실적으로 평가했다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나가라고 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엽관제로 뽑힌 것이 명백한 기관장이라면 정권교체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제도의 악용이 만연화했다면 제도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해 새로운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막무가내식 낙하산 인사를 예방하는 장치는 필요하다. 인적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울산의 현실에선 가용 인적자원을 총동원해도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다시 정치적 성향에 맞는 인사로 한정하게 되면 인적 자원은 더 줄어든다. 게다가 정치적 성향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선거운동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보은인사로만 강행될 가능성이 농후해 질적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