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군립병원에 대한 여망과 상존하는 우려의 시선
울주군 군립병원 추진위원회 주최로 지난 14일 온양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울주 군립병원 의견수렴 공청회’에는 당초 참석 예상 인원 200명보다 100명 이상 많은 350여명이 참석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최측이 준비한 간이의자가 동이나 일부 주민들은 서서 공청회를 관람할 정도였다. 군립병원 설립에 대한 남부권 주민들의 여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부권 군립병원 설립 문제는 3년여 전인 2019년 2월 남울산보람병원이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요양병원으로 전환을 하면서 부터 대두됐다. 20년간 지역 내 유일한 종합병원이자 응급의료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해오던 남울산보람병원이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온산과 서생, 온양 등 남울주 지역은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등 몇 년째 응급의료체계 공백이 계속됐다. 지역주민과 정치권의 대책 요구 속 지자체가 응급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체 비상상황실 운영과 온양지역 요양병원 24시간 운영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미봉책에 불과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안된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민선 7기 이선호 군수가 ‘2040 권역별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남부권에 “200병상 규모의 군립병원을 짓겠다”고 공언, 군립병원 설립은 지자체 차원의 사업으로 공식화 됐다. 올해 7월 취임한 민선 8기 이순걸 군수도 1호 공약사업으로 ‘남부권 군립병원 설립’을 정하고 설립 추진 TF 구성과 타 지역 현장 벤치마킹,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의욕적으로 추진을 하고 있다.
이 군수는 이달 초 가진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 군민들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하며 사업 조기 추진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하기도 했다. 남울주 지역 주민들의 의료공백 해소 뿐 아니라 온산공단 등 지역 산단 노동자들의 산재사고 발생 시 빠른 대처를 위해서라도 남부권에 응급의료 기능이 포함된 병원은 필요하다는 게 지역사회 중론이다.
하지만 군립병원 설립에 대한 이러한 여망 및 의지와 함께 우려의 시각도 상존하고 있다. 막대한 사업비와 설립 후 적자 운영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군은 병원 규모와 건립 방식 등을 용역이 끝나는대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나, 많은 예산과 신축 시 7~8년 소요되는 등 건립 기간 등을 감안하면 기존 병원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수백억의 예산 소요가 불가피하다. 강원도 정선군이 폐원한 관내 한국병원을 매입해 개원한 정선군립병원도 초기 230억원에서 300여억원으로 70억원이 늘어났고, 개원 후 초기부터 적자에 시달려 왔다.
적자 운영 문제 뿐 아니라 의료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들의 종합병원들은 수준 높은 의료인력은 차치하더라도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남울주 지역 어디에 설립하느냐도 향후 큰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이 군수가 남울주 주민들의 여망이자 숙원사업인 군립병원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모두가 만족하는 ‘윈윈 모델’로 추진할 수 있을 지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