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암각화 보전과 맑은 물 확보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
프린스턴대의 허준이 교수는 수학계의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여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한국계로는 최초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난제가 되려면 첫째, 오랜 기간에 걸쳐 제기된 사안이며 둘째, 많은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였지만 해결하지 못한 사안이며 셋째, 해결될 경우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이어야 한다. 울산의 가장 큰 난제로 ‘암각화 보전과 맑은 물 확보’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1971년 말에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12월에 준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지난 60여년간 매년 침수됨에 따른 심각한 마모현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찾는 일차방정식에 집착한다. 하지만 울산시는 맑은 물 확보라는 변수가 추가된 이차방정식의 해법을 주장한다. 그 동안 여러가지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예를 들면 2008년에는 물길을 돌리는 ‘터널형 수로식 유로 변경안’을 검토했고 2013년부터 시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 설치는 3년간 2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모형실험에서 실패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수문을 설치하고 대신 운문댐 물을 1일 9만t 정도 공급받는 방식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마저도 없었던 일이 되면서 원점으로 회귀했다. 설령 운문댐 물을 가져 올 수 있다 할지라도 최선책은 아니다. 수문 설치 비용은 700억원으로 추산되고 44㎞ 길이의 수로를 운문댐에서 천상정수장까지 설치하려면 약 255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공사기간도 수년이 소요될 것이다. 게다가 낙동강 수계 물이용 부담금을 1t당 170원씩 내야 하므로 9만t을 공급받으면 연간 약 56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암각화 보전’과 ‘맑은 물 확보’라는 기존의 변수에 새로운 것들이 추가되고 있어 문제의 해결을 훨씬 복잡하게 하고 있다. 첫째, 태화강국가정원이 하천구역에 위치하기에 매년 침수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로 태화강국가정원 83만5000㎡이 사실상 완전 침수됐다. 둘째,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량 증가로 태화강 범람시에는 시가지 전역이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두겸 시장은 ‘정부가 울산에 대체댐을 만들 것’을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맑은 물 확보 외에는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처럼 더욱 복잡해지는 방정식의 해결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추가적 변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첫째, 암각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돼 많은 관람객이 관광버스 등으로 몰려 올 경우 원활한 진입로과 주차장이 확보돼야 한다. 기존 왕복2차선 진입로는 깊은 협곡을 따라 길게 조성돼 있어 확장이 거의 불가능하며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둘째, 암각화 외에 추가적 관광적 요소를 개발해야 한다. 암각화를 가까이 가서 보기도 힘들고 또한 보고 나면 그 외에 관람객들을 붙잡아 둘 요소가 거의 없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는 사연호 주변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은 엄청나다. 사연호를 일주하는 둘레길을 개발하고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활성화할 수 있다. 여객선 겸 유람선을 띄워 암각화 진입과 수상 관광을 겸할 수 있다.
맑은 물 확보를 위해서는 ‘물통’ 저수지를 사연호 주변에 만들면 된다. 기존의 저수지는 담수를 하려면 주변 유역이 충분히 넓어야 한다. 하지만 ‘물통 저수지’는 자체 유입이 아닌 외부의 저수지에서 잉여의 물을 공급받아 담수하는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좁은 계곡으로도 충분하다. 대곡호가 장마철에 넘치는 경우에 물을 사연호로 내려 보내는 대신에 이 ‘물통’ 저수지로 보내고 필요하면 사연댐의 물도 보내면 암각화를 보전하고 맑은 물을 확보하며 홍수예방 기능을 할 수 있다. 대곡호에서 4㎞거리 안에 ‘물통 저수지’로서 좋은 후보지가 3군데나 있다.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점점 복잡해지는 다차원 방정식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 문화재청과 울산시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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