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도 총체적 안전 점검과 매뉴얼 공유 필요하다

2022-11-01     경상일보

경찰은 이태원 압사 참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무리 ‘3년만의 노마스크’ 핼러윈이라고 해도 클럽도 아니고 골목길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압사사고가 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태원이 청년들 사이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핼러윈의 성지이고 올해는 나름의 특성이 있는만큼 더 엄격한 통제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찰 탓을 하거나 특정인을 원인제공자로 몰아갈 일은 분명 아니다. 지금은 수습이 우선이다. 울산시민 중에서도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진심으로 애도하고 한마음으로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 그 다음 할 일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안전점검과 국민들의 안전의식 함양이다.

울산에서도 여러 행사가 속속 취소되고 있다. 중구청장과 중구의원들은 국외출장을 취소했다. 동구청장도 제주 출장을, 동구직원들은 연수를 취소했다. 남목옥류천축제, 남목2동 동민화합한마당, 북구책잔치 등 오늘내일 개최되는 크고 작은 축제와 문화행사도 취소 또는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다가오는 주말 행사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고민이다.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계획된 행사들이라 취소하기도 쉽지 않지만 웃고 떠드는 행사는 당연히 취소해야 한다. 150명이 넘는 이 땅의 젊은이가 한꺼번에 참사를 당했다. 너무나 암담한 시간이다. 모두가 자숙하고 애도해야 한다. 하지만 축제성 행사가 아닌 비즈니스 차원의 행사나 일상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사들까지 취소할 이유는 없다. 차분하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습관이다. 억눌렸던 감정들을 한꺼번에 토해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온전히 바꾸어야 한다. 개개인이 스스로 안전을 지키려는 의식을 가져야 하고, 동시에 남의 안전을 지켜주는 의식도 고루 키워야 한다. 사고현장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손들이 얼마나 아름답던가.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들도 안전 관련 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번처럼 명확한 주최자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관리 주체는 없으나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경우 공공부문이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울산시가 기준을 세워 시민들과 공유해야 할 것이다. 울산안전체험관도 다시 시설점검을 하고 울산시민 모두가 한번쯤은 다녀올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