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정한 문화도시 울산을 위해
울산의 인구 유출이 심상치 않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수도권 등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년 인구가 줄고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때 젊은 도시로 불렸던 울산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82개월째 인구가 순유출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나이 든 도시로 바뀌고 있다.
이런 고령화의 추세는 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가뜩이나 울산은 예술대학이 한 곳뿐인데다, 30년 전부터 지역 문화발전을 이끌었던 지역 예술인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원로가 된 지 오래다. 지역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예술인들의 수혈이 시급하다.
하지만 울산의 정책을 보면 어떠한가. 문학·시각·공연 등 분야별로 세부적으로 나눠 창작지원사업을 펴고 있지만, 예술인 지원 업무를 맡은 울산문화재단의 인력·예산의 한계로 새로운 예술인의 울산 유입을 이끌고 새로운 예술인을 발굴·육성할 특화사업 발굴에는 소극적이다. 이를 추진할 울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는 지난 2020년부터 설립 이야기가 나왔지만, 계획만 무성할 뿐 예산 확보가 안 돼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내년에 설립될지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현재 울산문화재단에서 예술인 지원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담 부서와 인력이 확보된 상황에서 지역에 특화된 예술인 복지·지원사업을 하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전국 최초로 예술인복지센터를 연 부산은 개소 첫해부터 시 예산 4억원을 들여 빈집을 예술공간으로 조성하는 반딧불이 사업, 예술인 법률 자문,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 등 사업을 추진해왔다.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단순 호혜적 시각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지역 특화사업을 통해 예술인들이 분명 침체한 울산에 활기를 불어넣고, 문화를 통한 도시 기반 확충으로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올해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지 60주년을 맞았다. 올해 각종 기획전, 사진전 등을 통해 산업 성장을 통한 지난 60년 울산의 행보를 되돌아보고 기업들과 근로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행사가 잇따라 진행됐다. 이제는 이러한 울산의 산업문화를 바탕으로 문화도시 울산으로 성장하기 위해 방향타를 손봐야 할 때다. 불과 반세기 만에 산업 수도로 우뚝 성장한 울산의 모습만 보더라도, 산업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지만, 문화는 다르다. 앞으로의 반세기 울산의 미래를 위해 울산만의 색깔을 가진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차근차근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서정혜 문화부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