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10)]울주 구량리 은행나무

2022-11-02     경상일보

울주 구량리 은행나무(두서은행나무)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구량리 860번지 중리들판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한 그루 나무로는 울산 유일의 국가등록문화재 천연기념물이다. 1962년 12월7일 울주 목도상록수림과 함께 지정됐다.

조선시대 단종이 즉위했던 1452년 무렵 수양대군에 의해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한성판윤(현 서울시장)직을 내려놓고 낙향한 월성 이씨 이지대 선생이 뒤뜰 연못가에 심었다는 족보의 기록이 있다. 대략 500년~550년 가량 됐음을 증명하는 자료다. 동네 노인들은 바쁜 농사철이면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어 마음대로 은행나무 밑에서 놀게 해도 다치는 일은 없었다고 전한다. 이씨 문중에서는 매년 10월 셋째 주에 간단한 행사를 하기도 한다.

세월에 장사가 없다고, 겉보긴엔 멀쩡했지만 언제부턴가 둘레 11미터나 되는 나무 가운데가 썩어 크게 구멍이 생겼다. 장정 8명이 앉아도 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부랑자가 와서 기거를 하면서 불을 냈다고 한다.

당시 마을 이장에 따르면 소방차가 와서 불을 껐는데, 이상하게도 소방차가 마을을 벗어나면 또 연기가 나기를 반복했다. 이장은 주민들과 함께 황토 흙으로 구멍을 모두 메워서 완전 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몇 년 뒤 콘크리트로 속을 채우는 외과수술을 했다. 몇 년 후에는 콘크리트를 걷어내 가벼운 소재로 교체하고 거름도 주고 뿌리가 숨 쉴 수 있는 유공관도 설치했다.

전형적인 수나무인 은행나무는 왼손을 편 것처럼 5개의 가지가 하늘 위로 뻗어 있다. 2002년 태풍 매미의 피해로 가지 2개가 부러졌다. 손으로 치면 약지는 부러졌고 소지는 벌어졌다. 벌어진 틈으로 불탔던 흔적이 숯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지 두 개는 잘라내고 외과수술 후 철골 지지대를 설치했다. 500년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도 계절에 맞춰 노란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